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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월 Apr 28. 2022

소낙비

비는 나를 적셔도

새벽 4시 반. 꼬리를 무는 잡념으로 밤새 잠을 설친 터라 계속 뒤척이느니 일어났다. 헤매고 방황하는 상황들은 뭔가 잡힐듯한 정리의 뒷 장에 노상 덧붙어있다.


한창의 봄인데도 벌써 동이 트는지 흐린 날씨에도 하늘은 훤하다. 구름 잔뜩 낀 습한 날씨다. 달려야 한다. 강을 가로질러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 강 상류의 우뚝 바위까지.


장딴지와 발목이 뻐근하더니 10분을 넘긴 이후엔 좀 수월하다. 이마에서 시작한 땀은 등을 타고 흐른다. 우뚝 바위 근처에 다다르니 공기는 더욱 축축하더니 비로 내린다. 이젠 서둘러 돌아가야 한다. 비 온다는 예보가 없었는데 빗방울이 이마를 때리기 시작한다. 점점 굵고 빠르다. 상류가 이런 상태면 하류에 있는 징검다리는 물에 잠긴다.


굵어진 빗방울이 이젠 와하고 쏟아지듯 내린다. 달릴수록 머리에서 이마로 흐르 빗물 젖은 땀 눈 따갑게 하고, 안경은 뿌옇다. 거의 징검다리에 다다랐다. 아직은 건넘돌이 완전 잠기진 않고 찰랑듯하다. 얼굴을 훑 팔꿈치로 주루룩 물이 흐른다. 다리를 무사히 건넜다. 말까지 젖어 걸을 때마다 신발에서 삑삑 마찰음과 함께 질척거린다. 몸에 열이 올라 후끈거려도 멈추면 적시는 빗물이 차다. 뛸 필요가 없어 걸으니 젖은 속옷이 걸음에 감긴다. 집까진 아직 멀다. 걸을수록 허벅지가 쓰라린다.


몸에 달라붙 흠뻑 젖은 옷은 벗기도 힘들다. 뒤집어 어놓 샤워를 한다. 찬물로 씻고 나왔어도 몸은 금방 가슬하게 마른다. 맨몸으로 쪼그려 앉아 젖은 옷을 들춰보니 물이 뚝뚝.

어라, 렇게 젖었어도 정작 비는 한 방울도 내 몸을 적시지도 물들이지도 못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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