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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지

간절함

by 노월

두 손으로 꽉 쥔 깍지

빈틈없이 맞잡은 손

다른 어떤 무엇도 끼어들 여지없다


그 간절함에

그 떨리고 초조함에

깍지 낀 손엔 더 힘이 들어간다


서로 움켜 다른걸 더 잡을 수 없다

다른 걸 잡을 생각도 없다

오직 그 하나


너무 오래 낀 깍지는

피가 안 통하는지

손가락이 하얗고 차다


오랜 기다림과 애탐이

이뤄지길 바라는 그 소망이

그 빛나는 순간이 온다면


그래서 깍지를 풀어야 한다

드디어 이룬 그 꿈이

지속되길 바라는 깍지를 다시 낄 것인가


절박한 결정적 순간의 간절함보다

영속적 상태로 머물 지속을 바란다면

깍지를 풀어라


무기력하게 손 놓고 있을 수도 없지만

방법 없이 속수무책으로 묶여있을 수도 없으니

깍지를 풀고 맨주먹을 쥐어야 한다


간절한 깍지의 모습은

이뤄지든 말든 외통수로 무너지고

스스로 궁지에 몰린다


불꽃이 터지고 난 밤의 별이 어둡다


그래도 간절해지면

나도 모르게 절로

손깍지를 끼게 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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