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감내

한계 시험

by 노월

너무 아프면 잠이 안

정말 아프면 잠만 잔다.


임플란트 시술도 쉽지 않았지만, 문제가 발생하여 식립 한 임플란트를 다시 뽑아야 하는 상황은 더 힘들다. 이미 뼈조직과 유착된 금속을 뜯어내야 하는 상황이라 고통이 훨씬 강했다. 씹을 때마다 나타나는 통증으로 그대로 둘 수도 없고, 이미 박혀있는 뿌리를 뽑아내는 게 쉽지도 않지만, 안 할 수 없다.


과연 좋은 습관 만들기보다 나쁜 악습을 버리기가 더 힘들 듯이, 식립 된 임플란트를 뽑을 때는 그래도 아픈 상태를 벗어나리란 희망으로 아예 없애는 게 더 낫겠다란 포기가 있어 참을만했던가보다. 치과에서 준 처방전을 들고 약국 아닌 바로 집으로 온다. 마취가 풀리면서 박힌 임플란트를 뽑느라 잇몸을 쥐고 흔들었던 펜치의 힘이 밤새 전달됐다.


그렇게 어금니하나 없이 반년 넘게 잘 지내고 있었는데 치과에서 연락이 왔다. 이상은 없는지 검진 차원에서, 다른 치아는 영향이 없는지, 가벼운 마음으로 들르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래, 별일 없는지 확인하는 것도 나쁠 것 같진 않았다.


원장은 지금까지 식립 한 임플란트를 제거한 경우가 한 번도 없었는데 내가 유일한 케이스라며 특이한 경우라 본인도 놀랐단다. 검사상 다른 특이점이 없으니 바쁘지 않으면 다시 식립 해서 임플란트 시술을 하자고 권한다. 이미 제거한 부위에 다시 시술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냥 이대로 지낼만하다고, 크게 불편함이 없었노라는 내 말에 원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부재한 치아를 상대해 온 윗 치아마저 빠질 거라며 치과체어로 눕힌다. 그리고 마취를 한다. 그래, 멀쩡한 윗니가 빠지게 할 순 없지. 또 해보지 뭐.


같은 곳이긴 하지만 두 번째의 시술이라 생각해서 의연하게 잘 견디고, 나름 긴장을 덜 했노라는 뿌듯함은 역시 마취가 풀리면서 착각이었다. 시 엄청난 고통으로 잇몸뿐 아니라 등어깨의 통증과 몸살끼를 동반하고 말았다. 왜 저번보다 더 힘들까? 치과 원장의 자존심 문제였을까? 뭔가 무리한 마취가 이뤄지고, 식립 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압력이 느껴졌다.


주변에선 왜 진통제를 복용하지 않았냐고 묻는다. 나름의 핑계를 붙여보면, 제대로 된 빠른 회복을 위한 확실한 방식이 아닐까라고 말했지만, 진통제 복용이 회복을 더디게 한다는 말을 들어보지는 못했다. 또 한 가지는 통증에 얼마나 견딜까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물론 나는 메조키스트는 아니다. 다만 아픔을 피하고 싶지 않았다. 통증의 두려움보다 넘어갈 수 있는 일이면 기꺼이 참겠노라는 스스로의 다짐이 더 컸다.


박동성의 욱신거리는 통증을 넘어 해머로 쿵하고 머리를 맞은 듯한 둔통이 온몸에 쭉 퍼지고 무거웠다. 아무런 식욕도 없이 눈이 감긴다. 그냥 바닥에 누웠어도 눅눅하게 젖어 있고, 무력하게 떠있으면서 눌려있다. 숨 쉬고 있음을 가끔 확인하는 것 외엔 계속 졸렸고 계속 잤다. 그냥 그렇게 지냈다. 출퇴근을 해도 서있어도 몸과 정신이 분리가 되지 않는다. 집중하는 일에서는 몸이 더 깊이 가라앉았다. 잇몸의 부종과 국소 발열이나 치료받느라 개구상태로 인한 측두근의 압통은 이틀 후에나 나타났다.


아무리 힘들었어도 몸은 순환하여 회복력을 가진다. 물과 우유만 먹다, 죽 먹고, 밥을 조금씩 씹고, 며칠 만에 화장실을 간다. 일주일 후에 실밥을 풀고, 부기는 가라앉고, 약간의 국소 통증과 미열 정도로 해소 중이다. 통증에 장사가 있을까만 받아들일 만한 힘이 있다면 꼭 불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물론 며칠의 아픈 과정이 필요하긴 하지만. 쉽게 권할 일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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