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되어 한통속이 되어버린
상처가 생기거나 골절 등의 상해부위에 인체는 자체 치유를 위한 조치로 상처 부위에 많은 양의 진액을 분비하여 조직을 회복시킨다. 염좌든 골절이든 찰과상이든 상처 부위에는 인체의 자율작동으로 통증을 유발하여 움직임을 최소화하도록 작용하고, 발열을 일으켜 염증을 치유하며, 혈액을 집중시키면서 부종이 발생하고, 상처부위엔 본드처럼 결합시키는 물질이 분비되어 회복을 위한 대사들이 이루어진다.
아픔이 불편함은 그 불편함으로 활동을 자제시키려는 의도가 있다. 상처부위를 보호하기 위해 더 이상의 활동을 자제시키기 위해 통증을 일으킨다. 물론 너무 통증이 심하면 진통제를 복용할 수도 있지만, 통증을 통해 안정과 휴식을 유도하려는 뜻이 있어 보인다. 단순 진통제를 통한 통각의 무마로 자칫 괜찮아졌거나 나았다는 착각이 일어나 활동을 재개하면 상처 조직의 회복은 더디거나 간혹 더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음이다. 열이 나고 붓고 멍드는 것도 자타의 주의를 일으키는 경고가 아닐까?
일단은 상처부위나 골절부위의 치료가 우선이지만, 조직이 아물고 골절이 유합이 되고 나서 행하는 재활의 의미는 손상 이전의 원래대로의 기능이 가능하도록 회복하는데 중점을 둬야 한다. 문제는 찢어지고 깨진 조직을 유합 하는 과정에서 과다하게 분비된 물질들이 원래의 상처를 치료하기도 하지만, 주변의 조직까지 함께 유착을 시켜버린다. 인체 내 자체의 회복력이 작용하여 상해부위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생긴 이 유착이 나중 다시 통증이나 저림, 가동범위 제한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치료 후유증으로 굳어진 관절이나 조직의 회복과 더불어 유착된 조직의 복원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치료는 잘 됐는데 아픔이 남는 이유는 다른 형태의 후유증과 조직의 유착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처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의기투합되어 다 같이 힘을 합쳐 목표를 달성한 후에도 각자의 역할로 돌아가지 않고 여전히 머물러 다른 형태의 유착을 이룬다.
따로 떨어져 분리되어 각자의 기능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착된 조직은 들러붙어 움직임을 방해한다. 통증이 나타나기도 하고, 저림이나 감각저하의 이상감각으로 남기도 한다. 시간이 흘러 자체적으로 풀어지기도 하지만, 남아있는 유착 조직은 고착화되어 고통과 불편함을 지속시킨다. 유착 부위를 각각 따로 떨어뜨려야 후유증이 준다. 각각의 조직은 각자의 기능과 역할을 해야 자연스럽다. 문질러 풀든, 온열법으로 풀든, 침으로 하든.
젊어서 유리 파편에 팔을 수술한 분이 있었다. 나이 들어 상처는 아물고 세월도 지났지만 힘을 쓰고 나면 손 저림으로 밤잠을 설친다고 호소한다. 상해부위를 살펴보니 주변 조직들이 딱딱하게 엉겨있었다. 그 조직들을 서로 떨어지게 하면서 증상이 많이 감소했다. 이미 적응한 조직을 다시 되돌리는 과정이 쉽지 않다.
인체의 유착처럼 사회 조직의 유착도 곤란하다. 유착되어 순환이 안 되는 모든 곳은 어떤 형태로든 불편함과 불합리를 유발하나 보다. 정경유착이나 권언유착처럼. 필요에 의해 모였어도 일이 끝나면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제 역할을 유지해야 제대로 상호 소통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