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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월 May 22. 2022

가물어 뜨물

物必先腐而後蟲生

겨울부터 시작해서 봄 가뭄으로 이어지더니 초여름인 지금까지 비가 너무 드물다. 가뭄이 지속되어 마늘부터 양파까지 알뿌리가 잘아 빈약하고, 양대 콩이나 고추는 개화시기 늦어지고 개화가 되어도 꽃대 주변엔 진딧물이 잔뜩 붙어 검은깨 뿌린 듯하다.


촌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날씨가 가물면 원래 뜨물이 많이 낀다고 한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약을 쳐도 그때뿐이고, 자주 물을 뿌려줘도 한계가 있고, 결국  하늘에서 비가 와 해갈이 되어야 진딧물도 없어진다고 한다.


가물면 식물이 더 마를 텐데, 수액을 빨아먹는 진딧물이 어 더 많이 꼬일까? 그렇게 딧물이 많을수록 잎은 더욱 쪼그라들시들어 죽어버린다. 농부에게 가물면 왜 뜨물이 더 기승인지 물어도 비만 오면 다 해결된다는 말만 되풀이다.


땡볕에 서있으면, 빨래 마르듯 몸이 건조해지는 게 아니라 몸이 지쳐 땀이 흐르는 것처럼 식물도 그런가 보다. 그걸 피하려 찬물이나 얼음을 너무 취하면 냉방병처럼 지치고, 오래 더위에 노출되면 열사병처럼 지친다. 그렇게 한열의 원인은 상반될지 몰라도 발열과 발한의 증상을 띤다. 오한이 나면서 열나느냐, 더워하면서 열나느냐의 구분이 있으니, 단순 발열이나 염증으로 뭉뚱 거려 서 동일하게 소염제 해열제로 식히려고만 들면 탈 날 수도 있다. 그전에 먼저 몸의 지친 정도를 살펴야 한다.


염증으로 인해 몸이 상하는 건가 아니면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염증이 생기나? 즉, 외부 침입이냐 내부 허약인가를 두고 논쟁이 있었다. 정황에 따라 다르지만,  어디를 중점으로 볼 것이냐에서 한의학은 다분히 내부적 불균형이나 저항력 감소로 인한 허약해진 상태에 초점을 둔다.


후미지고 구석진 곳에 먼지가 많이 쌓인다. 세상에 먼지 없는 곳이 없지만, 먼지가 저절로 수북할 정도로 많이 모이지는 않는다. 그렇게 바람이 머물고 공기가 안 통하 모서리 같은 곳에 먼지가 고이고 쌓인다. 인체 또한 내부의 순환이 안되고 차가워진 곳에 습담과 어혈이 뭉쳐진다. 그런 곳에 꼭 뭔가가 잘 꼬인다. 벌레가 생겨 갉아먹고 부하는 것이 아니라, 썩고 냄새나는 곳에 벌레가 모여든다.


작물도 힘들어지면 내부적 용트림을 하다 지쳐 생기를 잃으면 식은땀 흘리듯 약해지고, 그 냄새를 맡고 진딧물이 꼬인다.


농부는 한마디 보탠다. 막걸리를 희석해서 뿌리면 좀 낫단다. 야 그놈들도 힘들 땐 한잔 하고 잊는 게 도움이 된다니 신기하다. 농부는 진딧물을 얘기했지만,  내 귀엔 작물이 더 막걸리를 원하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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