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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월 May 20. 2022

면도

칼날이 목을

게으른 내게

하루 이틀만 무심하면

입술 주변은 벌써 거뭇다


덤성덤성 탈색된 놈들이

바짝 짧을 땐 분명 없었다

 지친 주름 새새로 낯설다


입술 문지른 비누엔

빳빳이 할퀸 흔적이

거칠게  긋는다


아무런 영양분 안 줘도

나의 바람과 무관하게

얼굴 안에 뿌리박고서 밖으로 잘도 자랐다


아예 뽑을까 생각은

차마 이거라도 있어야

정작 이마는 자꾸 넓어지고


부여잡고 싶은 데는 빠져나가고

원치 않는 데는 여름날 잡초같이 눈치 없다


잔뜩 세운 칼날이

얼굴을 스친다

잠술 덜 깬 날은 날이 날 벤다


예전 시국사범 쫓긴 형이

새벽 집으로 내민 얼굴이 허전했다

왼눈썹 면도질로 지금까지 성글다


눈썹 터럭이 수염처럼 자라주길

형 얼굴 볼 때마다 늘했


깔끔한 게 예의라니

말끔하게 차려입고

무얼 하려 그렇게 열심인지


아침마다 칼을 들고 설치면서

턱이나 으로 스치는 시퍼런

지켜야  가치가 뭔지를 묻는다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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