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된 기억의 파동
공원을 걷다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워든다
지팡이 삼아 쥔 부러진 가지에도 나이테가 있다
원둥치 나무에서 갈라져 나온 후 기억된 계절의 나이
비 온 뒤 고인 물에 짚은 나무 끝에 동심원의 파문
나무의 나이테 흔적이 샘물에 흩어진다
나이테가 녹아 물 표면에 퍼져 나간다
동행인이 조약을 툭 던지며 물방울을 일으킨다
그럼 돌에도 나이테가 있는 거네
맞아, 돌 켜켜이 새겨진 누적이 파동을 일으킨 거지
세상 어디 물에 던져 물결이 일지 않는 물건이 있을까
없지, 지구의 세월 넘어선 땅 위에 존재가 없으니
어린애 손에 닿은 물조차 파문이 일거든 그 애의 부모의 부모
손 끝 지문을 찍은 물결모양도 나이테도 다 공명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