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절

아는지 모르는지

by 노월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간다. 당사자들은 아직 머뭇거린다. 미정인데 당연한 수순처럼 진행된다. 그렇게 하기로 한 것처럼. 침묵이 동의가 되는 이유는 반론이 없기 때문이라고. 그렇게 동의 아닌 동의로 여겨지고.


주변에 떠밀려 일들이 계획되고 일정이 조정되고 점점 확정되어 간다. 그걸 멈추고 싶은 마음이 꺼림칙하게 남아있어도 그만두지 못하고 시간이 흐른다. 혼돈의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서로의 목적 있는 과정들이 일을 성사시킨다. 두세 개의 예정일이 남겨지고 장소가 정해지고 예약을 위한 계약금이 넘겨지기 전.


카페에 앉은 당사자. 서로의 탐색이 충분치 않은 체 인생이 결정되게 할 수는 없다.

'저 아세요?'

결국 이 말이 나오고 만다. 우리라고 하긴 부족하지만 따로 떼놓고서라도 물어야 하는 질문이다.

'모릅니다.'

아, 모르면서 같이 결합하려 하는가? 어찌 그렇게 쉽게 금방 그런 말이 나올 수 있지? 모르는 게 당연하면서도 조금의 고민 없이 나오는 대답에 눈이 커진다.

'많은 시간이 지나도 모를 수 있고.'

몇 초의 시차를 두고 덧붙인 답변이 더 당황스럽다. 나를 모른다는 사람과 같이 산다는 게 말이 되나? 대놓고 나를 모른다는 사람이 과연 앞으로 이해하고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

'그래서 알아가보려고 합니다.'

관심이 없는 건 아니구나. 다행이다.

'그 속에서 나를 찾을 수도 있고.'


가치관, 인생관, 세계관을 지나 생사관까지 맞춰간다는 건 불가능하다. 스스로 정한 관점도 여러 번 바뀔 테니. 꺾여 보인다고 정말 꺾인 게 아닌 것까지 생각하면. 다만 성향이 다름이 쉽지 않다. 맞춰가며 살아간다고 해도 어느 정도 수용 범위를 넘어서면 심각해질 수 있다.


시간이 흘러 여전히 모른다는 말에 상대는 툭 뱉는다. 꼭 알아야 해? 영원히 모를걸? 그래서 영원하지.


더 좋은 선택지를 고르려는 노력만큼 기택지를 좋게 만들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다만 정이 있다면. 의리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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