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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순내기툰 Aug 31. 2021

노견들을 위한 우리 집 화식 만들기

아이들에게 본격적으로 화식을 먹이기 시작한 시기는 달봉이의 두 번째 암 재발 이후였다. 그전에는 화식의 개념도 잘 몰랐고 그냥 일주일에 두 번씩 맛있는 거나 먹이자는 취지로 소고기 특식을 아이들에게 먹였었다. 조리방법은 간단했다. 우선 몇 시간 물에 담가서 짠기를 뺀 북어를 가시까지 믹서기에 간다. 그리고는 양배추와 당근 잘게 썬 소고기와 섞어서 적당히 끓여 식힌 후 급여했다. 북어가 강아지들한테 몸에 좋다는 사실은 이미 반려견들을 키우는 사람들한테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신선한 야채와 소고기가 들어간 특식은 고소하고 야채의 달달한 맛까지 느껴져 사람이 먹어도 맛있는 음식이 된다. 식이성 알레르기가 있는 솜이 그리고 삼식이와 달봉이의 비만 때문에 카페에서 간식 급여를 중단한 우리는 다른 반려견들처럼 우리 아이들에게도 맛있는 간식을 먹이고 싶었다. 그래서 집에서 직접 이틀 동안 건조한 닭가슴살이나 오리목뼈, 닭발을 아이들에게 급여하기 시작했다. 간식을 직접 만들어서 급여했을 때 솜이의 피부는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았다. 대신 아무리 비싸고 좋은 간식이라도 판매하는 간식을 먹으면 솜이의 귀와 발을 그야 말고 진물과의 전쟁이었다. 아무래도 간식에 함유된 첨가물에 의한 알레르기가 아닌가 싶다. 소고기 특식과 직접 건조한 수제간식 그리고 간간히 고구마나 단호박도 쪄서 먹이면서 우리는 나름 아이들에 잘 먹이고 있다고 자신했었다.



항산화 성분과 항암 성분이 풍부한 국산 브로콜리와 가지.


가자미 역시 강아지에게 좋은 고단백 저칼로리 재료이다. 물론 사람에게도 좋다.^^





그러나 계속되는 달봉이의 암 재발과 비만으로 인한 삼식이의 십자인대 파열로 우리는 화식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에 들어갔다. 우선 그동안 자주 급여하던 단호박과 고구마를 되도록 주지 않게 되었다. 단호박이나 고구마 특히나 한겨울 군고구마는 아이들이 환장하는 최고의 간식이었다. 겨울 시즌, 근처 리어카에서 파는 군고구마를 한 봉지씩 사고 퇴근 후 여섯 마리 아이들 입에 넣어주는 행복에 정작 우리는 그 달콤한 군고구마 한 입 먹어보지도 못했다. 고구마가 아이들에게 나쁜 음식은 아니었지만 자주 먹일 정도로 좋은 음식도 아니었다. 우선 고구마를 많이 먹으면 살이 쪘고 살이 찌면 반드시 관절 관련 질환들이 따라왔다. 그리고 달봉이는 고구마와 단호박 같은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양성이든 악성이든 종괴 형성에 영향을 줬다. 그렇다고 달봉이 때문에 다른 아이들에게까지 탄수화물을 안 먹일 수 없었다. 탄수화물 역시 강아지들에게 필요한 필수 영양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단호박이나 고구마 대신 현미나 귀리 같은 복합 탄수화물을 화식에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고기 대신에 닭가슴살을 넣어 아이들에게 단백질을 공급했다. 소고기 같은 붉은색 고기 섭취가 암환자에 그다지 좋지 않다고 했고 장기적으로 섭취 시 췌장에도 좋지 않다고 판단 닭가슴살을 선택했다. 솜이가 식이성 알레르기가 있긴 했지만 닭가슴살을 삶아서 줄 경우 특별히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았다. 탄수화물은 귀리와 현미로 단백질은 닭가슴살과 가자미를 화식의 주요 재료로 선택한 우리는 그래도 뭔가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신선한 채소들을 화식에 때려 넣었다. 항암 성분이 풍부하기로 알려진 브로콜리, 가지, 양배추, 당근, 파프리카, 애호박, 다시마 그리고 초록입 홍합과 우엉까지 이 좋은 재료들을 찌거나 살짝 볶았다. 우엉은 달봉이 항암보조제의 주요 성분으로 항암성분이 풍부하다고 해서 화식에도 질 좋은 국산 우엉을 많이 넣는다. 대략 열 가지가 넘는 신선한 재료로 만든 화식을 두 달에 한 번씩 대용량으로 만든다. 대형견 3마리를 포함해서 총 여섯 마리 강아지들한테 이 화식을 매끼 먹이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힘들었기에 일주일에 두 번씩 화식을 그리고 그 중간중간 닭발이나 오리목뼈등 수제간식 주고 있다. 그리고 양배추와 토마토는 거의 매일 주다시피 하는데 다행히 아이들이 잘 먹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우리의 이런 부단한 노력으로 만들어진 화식과 항암 보조제 때문인지 달봉이는 6월 여행을 다녀온 후 콧잔등에 재발했던 종양이 거의 없어졌다. 작년 12월 십자인대 수술 후 3개월 만에 콧잔등에 비만세포종으로 보이는 종괴가 급격히 커져 우리는 6월 여행 후 달봉이의 항암치료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여행을 다녀오고 2주도 안돼 강남 콩알만 하게 부풀었던 콧잔등의 종괴는 거짓말처럼 가라앉았고 이를 지켜본 우리는 신기했다. 장난꾸러기에 말도 더럽게 안 듣는 철딱서니 없는 달봉이지만 질긴 암과 잘 싸워주고 있어서 얼마나 눈물 나게 고마운지 모르겠다. 지난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숱한 시행착오 끝에 정리된 여섯 마리 강아지들을 위한 건강한 자연식이 이로서 완성됐다.



올해 6월 아이들과의 여행에서 급여한 화식과 항암보조제.


여행지에서 화식 먹는 달봉이. 콧잔등 종괴가 선명했다.

 

         10 분 전에 찍은 달봉이의 콧잔등. 



애견카페 특성상 애견카페 강아지들은 스트레스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 환경에 처해있다. 5년 전 비만세포종이 처음 발병한 달봉이와 나머지 다섯 아이들을 지금까지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을 지키고 싶었던 우리들의 간절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끊임없는 공부가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어제 낮에 모처럼 날씨가 좋아 삼식이와 솜이의 산책을 긴 시간 여유롭게 했다. 햇빛에 비친 삼식이의 얼굴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레트리버는 나이가 들면 얼굴이 하얗게 변한다. 조금 있으면 삼식이도 아홉 살이다. 코코가 11살 달봉이도 아홉 살.... 우리 아이들 모두 나이가 많은 강아지들이다. 나이 든 아이들의 얼굴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묵직하게 내려앉지만 하루하루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이 소중한 시간들을 좀 더 붙잡으려면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 오늘도 우리 사랑하는 강아지들과 행복한 시간을 함께하며 그 아이들을 지켜주려 애쓰시는 세상의 모든 개엄마 개 아빠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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