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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순내기툰 Jan 25. 2021

40대 자영업자의 글쓰기 도전

새로운 도전에 신이 난 코코, 달봉이, 삼식이, 솜, 수달, 봉구의 엄마

"갑자기 왜 글을 쓰세요?"


누군가 갑자기 이렇게 물으면 우선 이렇게 말하고 싶다. 항상 쓰고 싶었다. 항상 글에 목말랐고 예전처럼 노트북 앞에 앉아 진한 커피 한잔을 마시며 무엇이든 쓰고 싶었다. 변명 같아 보이지만 애견카페를 하는 8년 동안 치열하게 살았고 어깨 인대가 끊어지고 허리가 나가고 무릎 연골이 닳을 정도로 일만 하느라 차마 글을 다시 쓸 엄두도 못 냈었다. 첫 강아지를 입양하고 애견카페 사업을 시작하고 여섯 마리 강아지들의 보호자가 되면서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시련이 있었고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우리를 수시로 덮쳤다.

전 사장이 야반도주한 술집을 인수해 개업한  애견카페  8년 전 모습.


2012년 11월 가오픈을 시작해서 지금 글을 쓰고 있는 2021년 1월 11일 9시 31분까지 1년 365일 하루를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하루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을 수 있지? 의아해하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대한민국의 자영업자이자 소상공인의 삶은 그렇다. 일주일에 한 번 쉬는 것조차 녹록지 않은 게 자영업자의 현실이다. 하루라도 쉬면 그나마 오던 단골손님이 다른 경쟁업체에 발길을 돌릴까 봐 선뜻 쉬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일주일의 한 번이든 한 달의 두 번이든 쉬는 날은 그동안 미뤄놓았던 업무를 보거나 밀린 가게 청소를 하거나 인테리어를 손보거나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대부분 자영업자의 마감시간이 늦은 밤이나 새벽시간이니까 친구들을 만날 시간도 없다


더욱이 애견카페 사장의 자신만의 시간은 애초에 포기하는 게 낫다. 오픈할 당시 신림동에는 우리 애견카페 

밖에 없었고 그야말로 문전성시였다. 각종 견종의 강아지들이 카페 안에서 바글바글했고 그야말로 개판이었다.

몰티즈, 푸들, 포메같은 소형견들을 시작해서 로트와일러, 자이언트 말란뮤트, 사모예드, 그레이트 피레니즈 같은 대형견까지 그다지 크지 않은 지하 애견카페는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이젠 기억조차 희미해져 버린 8년 전 카페 풍경. 영상 속 강아지였던 우리 아이들은 이제 노견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남아있다.


그러나 6개월 뒤 근처에 경쟁업체가 하나둘 생기면서 손님들의 선택권은 넓어졌고 분산됐다. 당연히 매출은 

떨어지기 시작했고 우리가 쉬면 우리 단골손님들이 다른 애견카페로 발길로 돌릴 까 봐 차마 쉴 엄두도 낼 수 없었다. 몸도 마음도 점차 지치기 시작했고 이렇게 살다가는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그 후 몇 년이 지났을 때였다. 카페 시작한 후 5년쯤 됐을 때 드디어 한 달에 한번 휴무를 결정했다. 우리도 힘들었지만 카페견들도 점차 나이가 들어 힘들어하는 게 엄마들 눈에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남들처럼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절대로 쉴 수 없는 자영업이지만 한 달에 한 번만이라도 숨통을 트고 하루 정도는 흐트러지고 싶었다. 한 달에 한번 쉬는 휴무도 사실상 오롯이 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휴무날에도 맡겨지는 위탁 강아지들이 항상 있었으니 그 아이들을 케어해야 했으며 집에서 쉬는 내 새끼들 케어도 해야 했다. 휴무날에는 그동안 못했던 카페 대청소를 해야 하는 날이다. 평소에 미처 하지 못했던 진열장과 구석구석 쌓인 먼지와 개털들을 제거해야 하며 전기 콘센트 구멍구멍 쌓인 먼지를 진공청소기로 빨아드리며 청소를 한다. 이게 휴무날 우리가 하는 일이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하루하루가 전쟁터였고 사고가 날까 봐 전전긍긍하던 8년이 지나고 우리도 나이가 먹었고 우리 아이들도 이젠 노견의 나이로 접어들었다. 하나둘씩 아프기 시작하고 작은 스트레스에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자 우리는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애견카페는 여느 보통 자영업처럼 십 년 이십 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강아지들의 수명은 안타깝게도 짧기 때문에 우리는 더 늦기 전에 다음으로 먹고살아야 할 일을 결정해야 할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온라인 쇼핑몰로 새로운 시작을 했지만 애견카페와 온라인 쇼핑몰 두 가지를 병행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키우려면 우리는 마음을 다잡고 지금보다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그러니까 글을 왜 쓰냐고요?"



코로나 2.5 단계로 한가한 요즘 드디어 브런치 문을 두드리다.


개엄마로서 애견카페 사장으로서 겪은 10년 동안의 이야기를 이젠 글이라는 공간에 흔적으로 남기고 싶었다.

내 일에 대해 내 아이들에 대해

애견카페 사장으로 바라본 반려견 문화의 단면들

버려진 아이들의 이야기들

버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들

버림받은 아이들을 다시 사랑으로 키우는 선한 사람들

반려견을 키우면서 겪게 되는 숱한 시행착오들

아픈 아이들을 케어하면서 공부한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펫티켓 문화

대형견을 포함한 다견가정으로서 겪게 되는 우여곡절 상황들에 대해 지금까지는 머릿속에 가슴속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가끔씩 놀러 온 손님들과 소통하며 간혹 꺼내보았지만 말이라는 것은 뱉으면 담을 수도 없지만 연기처럼 사라지고 실체도 없이 소멸되는 단점이 있다. 이제야 실체가 있는 글이라는 저장소에 담을 용기가 생긴 것이다. 공교롭게도 망할 코로나로 시간적 여유가 생겨버린 탓에 드디어 노트북을 질러버렸고 그동안 눈여겨보았던 브런치에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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