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할까
내 삶은 변해야 했다. 계속 고통을 반복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했다.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가만히 있기로 결정했다.
가만히 있기 프로젝트
나는 관계에서 서서히 멀어지기로 했다. 우선 지인과 서로 왕래하던 인스타그램을 지웠다. 그들의 일상을 보는 대신 내 일상에 집중하기로 했다. 멀어지면 관계가 다시 보일 것 같았다. 그리고 카톡도 필요할 때만 하고 조용히 지내기로 했다. 타인의 일상을 보는 것을 그만하자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는 것을 멈추고 생일을 챙기는 것도 몇몇을 빼고는 그만뒀다. 내가 누굴 챙길 상황이 아니었다.
가족에게서도 멀어졌다. 부모님 집도 한 달에 많으면 두 번 정도 가고 형제들과도 연락을 잘하지 않고 내 생활에 충실하려고 했다. 관계에 힘을 빼니까 시간이 많이 생겼다. 심심할 정도로 시간이 많이 생겨서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다가 날 위해 시간을 써보자는 생각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달리기를 시작한 건 6월이었다. 집 앞 공터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달리기를 한다. 달리기는 나와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들처럼 나도 한번 달려보고 싶었다. 달리기를 처음 한 날 500m도 뛰지 못하고 심장이 배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나는 내 몸뚱이가 이지경인데 지금 누굴 걱정하고 있었나 싶었다. 평생 달려본 적이 없는 내 몸 앞에 나는 내 삶을 방치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지금이라도 내 몸을 이끌고 달리기로 마음먹은 것이 감사할 정도였다.
달리기를 할 때 필요한 것, 러닝화. 나는 날 위해 러닝화 한 켤레를 구매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조금씩 뛸 수 있는 거리를 늘려나갔다. 한 여름의 달리기는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온몸에서 땀이 뿜어져 나오고 밀려드는 배기가스와 밤에도 식지 않는 열기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럼에도 길 위에서 달리는 건 멈출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날 위해서 조금씩 가벼워지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뛰다 보니 100일 만에 5km까지 뛰게 되었다.
감격스러웠다. 몸도 점점 가벼워지고 호흡을 찾아가는 나 자신이 기특했다. 달리다가 힘들어도 이 고통은 멈추면 사라 자는 고통이라고 생각하면서 조금씩 더 달려보자고 격려했다. 지금까지 내 삶을 계속 채찍질했지만 달리기를 할 때는 나 자신을 격려했다. 조금만 더 달려보자고 할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나는 지금까지 관계에 쓰던 에너지를 길 위에서 달리는데 쓰면서 일상의 만족도가 올라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습관적으로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일들에 체중을 실어 고민했다면 이제는 바꿀 수 있는 것들에 시간과 에너지를 썼다.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자!
바꿀 수 없는 건 그대로 두는 것도 바꿀 수 있는 것에 에너지를 쓰는 것이 내게 필요했다. 인생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건 사람 의지대로 쉽게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복잡한 이해관계와 운이 따라야 하는 많은 문제들이 뒤엉켜 있기 때문에 내 욕심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힘을 빼려는 시도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10월 19일 마라톤 대회를 나갔다. 목표는 4km. 나는 24분 45초 만에 완주할 수 있었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익숙하지 않은 시간에 달리는 게 쉽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평소에 달리던 것처럼 달릴 수 있었다. 바닥을 밀고 나가는 발바닥의 힘,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코어에 힘을 주고 리듬을 타면서 두 팔을 흔들면서 내 페이스를 지키면서 달렸다.
기특하다 기특해.
정말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