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을 켜고 어둠을 밀어내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 초판본―「초 한대」

by 데미안에너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 초판본, 예순다섯 번째 시!

65초한대.jpg “AI생성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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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의 기록


보통 초를 희생의 대명사로 여긴다. 자기의 몸을 희생해 빛을 내는 존재로. 누군가 시작한 그 발상이 현대까지 이어지는 걸 보면 놀랍다.

어린 시절 전기가 불안정해 자주 정전이 됐을 때 어둠을 무서워했다. 하지만 엄마가 촛불을 켜주면 손으로 그림자 놀이를 하면서 놀기도 했다. 촛불은 여전히 묘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런데 시인은 초에서 좀 다른 점을 보았다.

시인은 ‘초 한 대’를 보고 다양하게 묘사하고 있다. 2연에서는 하얀 초를 ‘깨끗한 제물’로 보았고, 3연에서는 촛농을 ‘백옥같은 눈물과 피를 흘’린다고 했다. 그리고 4연에서는 촛불을 ‘춤 춘’다고 표현했다. 마지막 연은 1연과 이어지는 감각을 사용해 시각적 이미지를 후각적 이미지로 만든다. ‘제물의 위대한 향내’를 맛본단다. 촛불 하나 켜 놓고도 이런 사유를 할 수 있는 거구나! 고등학생 나이에 이런 관점과 사색을 할 수 있었다니!

시인은 ‘향기’에 초점을 맞췄다. 아로마 향초처럼 초가 다양하지 않았던 시대를 살았던 시인은 초 한 대를 보고 희생이나 공동체 정신을 느꼈던 것일까? 제물이 된 초의 향기를 맡았다. 아마도 종교적인 부분에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사찰에서는 향을 피우지만 하얀 초에서 향이 날까? 났었나?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촛불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게 분명하다.

오늘은 초에 불을 붙여 심지를 통해 빛을 내는 촛불을 보며 시인처럼 사색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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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 초판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는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우리가 가장 많이 접했던 시들을 볼 수 있다. 2부는 시대적으로 1부보다 전에 썼던 작품들이다. 그리고 3부는 보통 습작기라고 부르는, 1930년대에 썼던 시들이다. 4부에는 동시들이 실려 있고, 5부에는 산문 몇 편이 있다.

이제 4부에 실린 시들에 대한 단상斷想을 올릴 차례다. 4부는 22편의 동시가 실려 있고 그중에서 네 편에 대한 단상을 올리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5부는 산문이어서 전문을 올릴 수 없으니 윤동주 시인 초판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에 대한 내 단상斷想은 동시에서 마무리 된다.

긴 시간을 꾸준히 읽어주신 분들이 계시다는 것을 안다. 윤동주 시인의 사색이 현대를 사는 우리에 영혼을 어떤 방식으로 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어떤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분들에게 우주의 기운이 함께 하길 빈다. 내가 윤동주 시인을 끌어당겼고 윤동주 시인의 시가 나를 끌어들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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