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덫-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5』 |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영국에서 출간된 쥐덫은 희곡집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출간된(내가 읽은 책) 책은 소설로 바뀌어 있었다. 희곡집으로 읽었으면 긴장감과 반전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을 것 같다.
『쥐덫: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5권』(황금가지출판사)에는 총 아홉 편이 실려 있다. 작품은 「쥐덫」, 「괴상한 장난」, 「줄자 살인사건」, 「완벽한 하녀사건」, 「관리인 사건」, 「공동주택 4층」, 「조니 웨이벌리 사건」, 「검은 딸기로 만든 ‘스물네 마리 검은 새’」, 「사랑의 탐정」이다. 이 중에서 「쥐덫」은 중편 소설이다.
「쥐덫」은 태너 경감이, 「사랑의 탐정」은 할리 퀸이 사건을 해결한다. 에르퀼 푸아로 탐정은 「공동주택 4층」, 「조니 웨이벌리 사건」, 「검은 딸기로 만든 ‘스물네 마리 검은 새’」에 등장한다. 미스 마플이 「괴상한 장난」, 「줄자 살인사건」, 「완벽한 하녀 사건」, 「관리인 사건」에 등장해 사건을 해결한다. 푸아로와 미스 마플이 등장하는 일곱 편이 단편소설이다.
장편보다 단편은 독자가 사건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장편 추리소설이 더 좋았다. 장편 추리소설을 읽을 때는 범인을 추리해 가는 과정에 빠져들게 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반전의 묘미도 크다.
따라서 푸아로가 등장하는 세 편의 이야기는 드라마로 봤을 때 훨씬 재미있었다. 단편소설에서는 갑자기 이야기가 끝나는 느낌이었지만 드라마는 정해진 시간 동안 사건을 전개 시킨다.
하지만 단편소설도 구성이 탄탄해서 빠져들긴 했다. 장편소설에 워낙 전율을 느끼다 보니 덜 했을 뿐이다. 단편소설을 먼저 읽고 장편소설을 읽을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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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을 읽을 때 탐정 스타일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 위주로 읽었다. 개인적인 분류여서 다르게 느끼는 독자도 많을 것이다. 작품에 드러난 인간의 본성을 나는 ‘표리부동’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싶다. 인간의 마음에 있는 표리부동을 다양한 감정으로 그려낸 애거서 크리스티는 심리학의 대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또한 애거서 크리스티는 영국 자본주의의 민낯을 작품 속에 담고 있다. 그런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당연히 금전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 그 위에 인간의 본성이 드러나는 단편들이었다. 우리 마음에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표리부동이 존재한다. 나라는 인간을 마주할 수 있는 단편들이 수록된 책이다. 이야기는 짧지만 내가 인간인 이상 표리부동적인 본성을 살펴보는 시간이 오래 필요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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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덫」
「쥐덫」은 초반과 중반까지 작가 특유의 특징이 잘 담겨 있다. 폭설로 밀실이 되어 버린 몽스웰 여관과 인물들의 정보를 알 수 없는 익명성에서 오는 공포, 그리고 1940년 롱리지 농장에서 벌어진 사건까지 연결된다.
그런데 후반부에서 범인이 갑자기 나타나고 치밀한 구성이 흐트러진다. 또한 태너 경감이 급작스럽게 등장해 작가가 앞에서 배치해 둔 복선이 사라져 버린다는 기분이 들었다.
어쨌든 이 작품은 어린 시절의 경험이 한 인간의 내면과 본성을 어떤 식으로 망가뜨릴 수 있는지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눈먼 쥐 세 마리
달리는 것 좀 봐.
달리는 것 좀 봐.
모두들 농부의 아내를 좇아 달리네.
여자가 식칼로 쥐들의 꼬리를 자르네.
혹시 이런 광경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먼 쥐 세 마리」
작품 전반에 영국 동요라고 하는 노래가 나오는데, 선율을 몰라서 작품 속 인물들이 느끼는 공포를 알 수가 없었다. 작품 내에서 세 명의 희생자가 생길 것이라는 선입견을 형성하는 노래이기도 하다.
쥐와 관련된 노래가 나와서 작품 제목이「쥐덫」일 수도 있지만 쥐를 잡는 덫에 방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읽은 독자는 알 수 있는데 덫은 이미 놓여 있다. 작가가 덫을 놓아둔 상태였다.
과거의 기억과 학대가 인간의 내면에 어떤 덫을 놓고 인생을 옭아매는지 보여주는 장치다. 작품 속에서 피해자도 가해자도, 이미 덫 안에 있다. 그것은 제도와 구조라는 덫에 갇혀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는 영국의 민낯을 보여준다.
사유 거리 : ‘피해자였던 사람이 가해자가 되는 비극은 인간이 만든 제도가 약자를 보호하는가’에 대한 성찰을 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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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탐정」
할리 퀸은 연인들에 관심이 많고 연인들을 탐구하는 사람이라고 소개된다. 전문 탐정은 아니지만 할리 퀸이 사랑의 관계를 연구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제목이 풍자적이다. 사랑이라고 말하고 믿지만 과연 진정한 사랑의 모습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살인이 일어났는데 분위기가 연극적이고 작위적인 느낌이 드는 건 작가의 의도라고 생각한다. 새터스웨이트가 살인사건을 르네상스 풍이나 연극 분위기라고 반복해서 말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은 긴장감이나 스릴을 반감시킨다.
왜 드와이튼이 살해당했는지 추측만 할 수 있는데, 살해 동기가 사랑이라고 하더라도 치밀함이 약하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질투심을 동기로 봤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기에는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갖고 싶은 것을 다른 사람이 갖고 있을 때 질투심과 시기심을 느끼게 되고 질투는 강력한 범죄 동기가 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는 범죄가 얼마나 많은가. 범죄는 범죄다. 사랑이라는 말로 포장하면 안 된다.
사유 거리 : 사랑이 범죄의 동기가 될 수 있는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내면은 어디까지 파괴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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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자 살인 사건」
미스 마플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에르퀼 푸아로와 다른 매력을 가진 마플은 귀여운 노인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당시 영국 사회는 하녀를 두는 시대였고 가부장적 인식과 계급 의식이 강했기 때문에 여성이 탐정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푸아로처럼 전문적인 탐정보다는 동네 할머니처럼 사람들을 무장해제 하는 면모가 마플에게 있다. 또한 무겁거나 심각한 사건 중심이 아니라 일상에서 벌어지는, 뉴스화되지 않는 범죄들에 마플이 등장한다.
하지만 일상에서 벌어지는 범죄가 인간의 본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미스 마플은 그런 일상에서 우리가 놓칠 수 있는 깊이를 허허실실 작전으로 찾아내 사건을 해결한다.
탐욕은 인간의 본성 중에서 악한 부분을 총집합시켜 놓은 감정이라고 볼 수 있다. 시기와 질투는 물론 위선과 금전적 욕심까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의 끝에 탐욕이 있는 게 아닐까. 탐욕이 강한 자에게 자기반성이나 양심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탐욕이 걷어져야만 양심이 자리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탐욕이 강한 자는 자기 잘못을 절대로 보지 않는다.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린다. 그래서 탐욕이 무섭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작가가 범인을 대놓고 알려준다. 그런데 추리소설을 읽은 사람들은 의심부터 한다. 무엇인가 반전이 있을 것이라고. 자가당착에 빠뜨리는 제목이다. 내가 그랬다.:) 작가가 제목에 알려준 복선을 그대로 따라가면 범인이 눈앞에 있다.
사유 거리 : 우리가 탐욕을 분별할 수 있는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
탐욕의 씨앗은 어디부터 시작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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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인 사건」
미스 마플이 헤이독 의사에게 진찰을 받고 그가 쓴 소설 원고를 전해 받는다. 그리고 소설을 읽으면서 사건을 해결한다. 의사 헤이독이 실제 겪은 경험을 소설로 적은 글이다. 마플은 이 소설을 읽고 원기를 회복한다. 의사의 처방전이 사건 해결이었던 셈이다.^^
애거서 크리스티가 쓴 소설 안에 또 다른 소설이 등장하기 때문에 액자 구성으로 진행되지만 소설 속에서는 실제 이야기라고 소개된다.
해리 렉스턴은 부자 루이스와 결혼해 갑부가 된다. 하지만 해리라는 사람을 잘 모르는 루이스는 해리가 어릴 때 살았던 시골로 이사오지만 그 곳을 싫어한다. 킹스딘 하우스를 관리하고 있었던 머거트로이드 할멈을 통해 살인 계획이 실행된다.
해리라는 인간의 표리부동은 완벽한 탐욕의 결과물이다. 탐욕이 강한 자는 소시오패스 같은 면모도 심하다. 모든 것이 지나치면 독이 된다. 탐욕은 강력한 독이다. 마약보다 심할 수도 있다.
관리인을 이용한 해리의 탐욕이 어떤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한다. 내 안에 있는 탐욕이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사유 거리 : 탐욕 안에는 어떤 감정들이 포함되는가? 탐욕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는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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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상한 장난」
원문 제목이 「Strange Jest」라고 한다. 여기서 ‘Jest’는 ‘익살, 농담, 장난’을 뜻하지만, 작품에서는 ‘진실을 감춘 아이러니한 농담’을 뜻하기도 한다.
매튜 할아버지의 유산만 기다리던 젊은 남녀가 할아버지의 장난에 깨달음을 얻게 되는 유쾌한 이야기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남기는 메시지가 상당하다.
매튜 할아버지가 죽으면서 무척 즐거워했다는 것만 봐도 ‘장난’을 쳤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매튜 할아버지는 약속을 지켰다. 유산을 남겼던 것이다. 다만 두 젊은이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덫을 남겨놓았다는 점이다. 미스 마플은 헨리 삼촌의 예를 들면서 젊은이들이 깨닫기를 바란다.
김유정의 작품 「금 따는 콩밭」을 보는 느낌이었다. 에드워드와 차미언은 매튜 할아버지의 말만 듣고 돈을 물려받을 생각만 한다. 그래서 온 땅을 파서 뒤집고 전문가들을 불러와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 행동이 해학적인 장면을 만든다. 웃기지만 웃을 수 없는 슬픔을 깊이 남기는 장면이었다.
자본주의 시대가 지속되면서 유산을 돈으로만 여기고 자본이 다른 가치들보다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 매튜 할아버지는 그 점을 알려주기 위해 교육적인 장난을 한다. 두 사람이 한 행동은 돈을 향한 탐욕과 진지함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끌어내게 한다. 매튜 할아버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들이 자신을 진심으로 위하는 것이 아니라 돈만 보고 자기를 찾아온다는 사실을.
고인의 재산이 아니라 고인과 함께 한 추억을 소중한 가치로 여길 수 있는 눈을 갖기 바라는 작가의 장난이 아니었을까?
아홉 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유쾌한데 가장 씁쓸했다. 개인적으로 자본주의에 대해 철학적인 생각을 하는 시간이었다.
사유 거리 :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들을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는 지혜는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사유재산에 대한 역사와 기준에 대해 고민해 볼 시간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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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웨이벌리 사건」
푸아로 탐정이 등장하면 일단 긴장한다. 회색 뇌세포(푸아로가 헤이스팅스에게 자주 하는 말)를 사용할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도 단편이지만 구성은 치밀했고, 다른 작품들과 달리 너그러움이 있었다.
모든 범죄 중에서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을 개인적으로 용서하지 않는 성격이어서 그런지, 돈 때문에 아이를 유괴하는 짓을 한 행동에는 엄청 화가 났다. 물론 아이가 무사했고 사랑을 많이 받긴 했지만.
어쨌든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가정)이 가장 위험한 공간으로 바뀌는 일들이 현실에서도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가. 대부분의 범죄는 어린 시절 상처와 가정폭력에서 기인한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아이의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이 그렇다. 역설적으로 아이를 과잉보호하는 행위도 폭력에 해당한다. 자율권을 빼앗는 과잉보호는 가정폭력이라는 극단과 맞닿아 있다.
물론 푸아로는 단번에 사건을 해결하지만 유괴범에게 한 번의 기회를 준다. 유괴범의 양심을 믿었던 것 같다.
금전적으로 벼랑에 몰리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게 되는 것 같다. 돈은 탐욕과도 연결된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금전이 모든 범죄의 시작점이라고 보았다. 푸아로가 사건을 해결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관점도 바로 금전이다.(『커튼』 속 푸아로의 말)
개인적으로 가장 분노했던 작품이기도 했지만, 실체도 없는 돈이 인간을 얼마나 악하게 만들 수 있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사유 거리 : 자본주의 시대에서 돈이란 어떤 의미인가?
돈이 인간을 어디까지 끌어내릴 수 있는가?
유괴처럼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는 현재 처벌이 약하다. 처벌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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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딸기로 만든 ‘스물네 마리 검은 새’」
애거서 크리스티는 영국 전래 동요를 작품에 자주 사용한다. 이 작품의 원전에도 동요가 등장한다고 한다. “파이에 구워진 스물네 마리의 검은 새”라고.
왜 동요나 동화가 기묘하고 잔혹한 내용들이 많을까? 잔혹 동화라는 말이 그냥 만들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동화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 속에도 권력과 폭력이 숨어 있지만.
어쨌든 제목이 바로 범인을 지목한다. 하지만 주의 깊게 회색 뇌세포를 사용해야만 한다.
범인은 오직 돈 때문에 살인을 감행한다. 그리고 전혀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 범인에게 죄책감은 없는 감정인 것처럼 행동한다.
푸아로는 지극히 사소한 습관. 식습관을 눈여겨보고 놓치지 않았다. 식당 종업원 몰리의 설명을 듣는 순간 범인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건 제목 덕분이었다. 헨리 개스코인이 월요일에 와서 먹은 음식 때문이다.
더불어 이 작품은 혼자 사는 노인에 대한 이웃들의 무관심과 고독한 죽음에 대한 풍자이다. 공동체가 아닌 개인주의로 변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어떤 삶으로 진화해야 하는지 묻는 작품이다.
사유 거리 : 식습관이 인간의 본질을 드러낼 수 있는가?
개인의 취향은 얼마나 많은 것을 말해주는가?
우리는 작은 습관 변화를 얼마나 민감하게 포착하는가?
자본주의는 공동체를 어떻게 파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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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하녀사건」
개인적으로 ‘완벽’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완벽은 신만 가능하다. 반면 ‘완전’이라는 단어는 좋아한다. 우리는 이미 완전한 존재다. 태어난 그 자체로, 지금 그대로 완전하다. 완벽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부족하거나 흠이 없다. 그런데 완벽하려고 하면 불행해진다. 신이 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제목 자체에서 범인을 1차로 인식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위선적인 2인조 도둑이었다. 미스 마플은 예리한 눈으로 진실을 가려냈다.
당시 영국 사회가 보이는 계급적 편견과 표면적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모습을 날카롭게 다룬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완벽함이라는 허상에 인간이 얼마나 속고 있으며, 그 허상을 맹목적으로 좇고 있는지.
완벽하면 의심하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완벽에 집착하면 위선적이고 참혹한 인간의 본성이 튀어나오게 되어 있다.
사유 거리 : 진정한 인격은 완벽에서 오지 않는다.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위선이 인간을 어떻게 속이는가? 위선을 잡아낼 수 있는 눈은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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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4층」
푸아로가 살고 있는 공동주택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푸아로는 순식간에 범인을 찾고 범인을 속여 사건을 해결한다. 정말 잔인하고 심각한 범죄자를 냉철한 관찰력과 사고력으로 잡는다.
자신의 과거를 숨기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범인은 소시오패스와 닮았다. 내 앞을 가로막는 자는 모두 죽인다.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고 세상이 자기만을 위해 돌아가야 하는 제왕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존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마지막 보루가 양심인데, 작품 속 범죄자는 양심 자체가 없다. 다만 범인이 푸아로를 만났다는 점이 비극인 셈이었다.
범인의 위선적이고 탐욕적인 모습은 우리의 내면 어딘가에 존재하는 면일 것이다. 겉으로 보는 것과 내면은 정말 다르다. 표리부동은 처음부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런 쪽만 선택하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위선적인 행동을 한다. 하지만 살인까지 하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짧지만 강력하게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위선을 극한까지 몰아붙인다. 나는 어떤 위선적인 행동들을 하며 살아왔는지 푸아로의 시선으로 날카롭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유 거리 : 숨기고 싶은 과거의 내 모습은 무엇인가?
그 과거를 마주하고 책임질 수 있는 용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들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 가?
지혜의 눈을 갖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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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의 강력한 작품들에 비해 미흡한 점이 많았던(개인적으로 그렇게 느껴졌다.) 아홉 편의 작품을 ‘인간의 본성 : 표리부동’이라는 주제로 글을 마무리했다.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제외하면 각 작품들 속에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의 일면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조용히 사유하는 시간을 갖고 겉과 속이 다른 자신의 모습을 냉정하게 볼 줄 아는 용기를 가졌으면 한다.
가장 큰 용기가 필요한 지점이 바로 자기 객관화라고 생각한다. 그 용기가 있다면 다른 일(타인, 관계, 환경 등)들에서 크게 겁먹을 일이 없을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알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기성찰이 가장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기성찰을 하는 과정이 가장 고통스럽지만 가장 큰 선물이자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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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연재 – 『애거서 크리스티 코드』 연재, 일곱 번째 도서를 공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