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에이번리의 앤』 리뷰 |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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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번리의 앤』은 16~18세(시대 1881~1883년)까지 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에이번리의 앤』은 『초록지붕집의 앤』처럼 역동적이거나 사건 사고가 많이 일어나지는 않지만 시적인 표현들이 많아서 나는 좋았다. 백마 탄 왕자님은 좀 나와 맞지 않았지만. 앤의 마음속엔 여전히 순수한 어린 소녀 앤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른이라고 할 수는 없는 과도기 나이, 이상과 현실의 틈, 교사라는 책임, 상상력의 변화, 애이번리 마을을 발전시키려는 노력들이 애이번리의 자연과 함께 펼쳐진다. 앤의 유머와 낭만성, 그 안에 깃든 어린 날의 자아, 폴 어빙과 데이비를 통해 지켜내는 순수함, 라벤더 루이스의 순수성, 마릴라와 매슈의 사랑을 통해 사랑을 나눌 줄 아는 너그러움까지.
『에이번리의 앤』에서는 현명한 앤을 만나는 시간이었다. 언제나 상상력 최고를 자랑하는 앤을 만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앤은 모든 것을 시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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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슈 아저씨와 마릴라 아주머니에게 받은 사랑은 앤을 빛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사랑을 쌍둥이에게, 학생들에게 전하는 앤이 사랑스럽다.
애이번리 마을에서 자라면서 받은 사랑을 이기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 공동체를 위해 앞장서는 것. 앤은 그렇게 커다란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이웃에 사는 해리슨 씨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앤이 그의 소를 자기의 소로 착각해서 파는 바람에 해리슨 씨의 다른 면을 보게 되었다. 나중에 해리슨 씨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인간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배운다.
앤, 길버트, 제인이 교육에 대한 고민을 논할 때 앤은 좋은 선생님이라는 생각을 했다. 16세에 그런 성숙한 생각을 하다니. 나는 학교에서 체벌이 허용됐던 시절에 학교를 다녔다. 지금도 많은 부분이 바뀌어야 하지만 내가 학교 다닐 때보다는 나아져 가고 있다.(물론 부작용은 여전히 존재한다.) 앤과 길버트 같은 인물들이 한국에서도 세상을 향해 용기를 냈다는 점을 기억한다.
『에이번리의 앤』에서 앤은 길버트와 좋은 친구 사이로 지낸다. 길버트는 아니지만. 『초록지붕집의 앤』에서는 경쟁자였고, 『에이번리의 앤』에서는 동료가 되었다. 앞으로 어떤 관계일지는 충분히 짐작되지만 작가가 어떤 장면으로 만들어낼지 기다려 볼 것이다.
마릴라와 앤의 관계는 모두가 꿈꾸는 엄마와 딸의 모습이다. 딱딱한 노처녀 마릴라가 앤을 통해 모성의 능력을 깨닫게 되었고, 말썽쟁이 쌍둥이 데이비와 순한 도라를 통해 사랑을 나누는 모습은 놀랍기까지 하다. 그리고 앤과 나누는 대화를 보면서 타자와, 가족과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하는지 배우게 된다.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이 잔잔하게 펼쳐지지만 아름다운 묘사와 시적 표현들로 앤처럼 낭만적인 시간을 보냈다. (시대적인 부분들을 감안하고 읽는다면 좋겠다. 캐나다, 영국, 미국의 관계를 눈여겨봐 두는 게 좋다.)
무엇보다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좋은 장점들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힘이 인생을 어떻게 끌어가는지 알려주는 작품이다. 소설을 읽을 때마다 앤의 인생을 언제나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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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이번리 마을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고 빛나게 하고자 앤이 중심이 되어 움직이는 마을 개선협회에 앤의 친구들이 함께 한다. 공동체 속에서 빛나는 앤의 존재감은 사랑 그 자체다.
『초록지붕집의 앤』에서 매슈와 마릴라, 조지핀 할머니에게 존재 자체로 사랑스러운 빛을 나누었던 앤이다. 『에이번리의 앤』에서는 해리슨 씨, 라벤더, 마을 개선협회 친구들, 쌍둥이, 폴 어빙 등 앤과 관계를 맺은 사람들은 앤의 사랑이 어떤 식으로 자신에게 머물러 있게 되는지 배우게 된다. 길버트는 적극적으로 앤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우정을 보여주고, 앤만 모르는 애틋한 마음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앤이 머무는 장소가 어떻게 타인의 삶을 따뜻하게 물들이는지, 삶의 따뜻함을 잃지 않게 해 주는, 성숙한 사랑의 형태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게 되는지 『에이번리의 앤』을 통해 전해진다.
사랑은 어떤 모습으로 자기를 빛나게 하는가.
앤의 삶에 머문 사람들은 어떻게 서로를 빛나게 했는가.
#에이번리의앤 #루시몽고메리 #빨간머리앤 #두번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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