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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다리쌤 Jan 05. 2023

울고 나면 더 후회할 거야!

-교실이야기-

며칠 전 4학년 음악수업에 들어갔는데 말썽꾸러기 N이 눈물을 글썽이며 맨 뒤에 있는 여자 아이가 자기 윷가락을 걷어가지 않았다고 울먹거렸다. (음악 시간에 윷가락을 사용하고 줄마다 맨 뒤에 앉은 아이가 윷을 걷어 왔다) 평소에 친구를 삼겹살이라고 놀리거나 살짝 등을 친다거나 온갖 짓궂은 장난을 일삼던 아이의 눈물이라… 아마 맨 뒷자리 여자 아이도 그동안 당했던 N의 행동에 대한 소심한 복수라 여겨졌다. 그렇다고 N이 눈물을 흘리는 것은 막고 싶었다. 말썽꾸러기이긴 하나 씩씩한 이미지는 지켜주고 싶었다. 대충 난감한 상황에서 말을 꺼냈다.


“선생님이 말이야. 시댁에 가면 시아버지께서 사진을 찍는 걸 그렇게 좋아하셔. 매번 밥 먹을 때나 여행을 가거나 멋진 풍경 앞에서도 꼭 사진을 찍으시거든. 그런데 어느 하루 시어머니께서 아버지께 화가 나셨는데 우리 앞에서 말은 못 하시고 사진 찍으실 때마다 딴 곳을 보시는 거야. 먼 산을 본다거나 다른 곳을 보시며 사진에 찍히시는 거지. 나름 우리 시어머니의 소심한 복수이신 거야.


오늘 일도 평소 N에 대한 소심한 복수. 그렇다고 N이 막 싫고 따돌리는 것은 아냐. 반마다 안 걷어오는 아이들 한 명씩 있다. “


딴 이야기를 하며 어서 N이 눈물을 거두기를 아이들 앞에서 펑펑 우는 일은 막아보려고 애를 썼다.


”N이 아주 착하고 바른생활하는 아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때로는 장난은 쳐도 나쁜 아이는 아니야. 짓궂어서 그렇지. 반마다 한 명씩은 다 있다. 너희들. “


그리고 냉큼 수업을 이어나갔다.

이런 때를 대비해서

눈물 쏙 들어가게 웃긴 이야기라도

하나 외워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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