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아이 키우기-
오랜만에 친하게 지냈던 지인이 아이 둘을 데리고 우리 집에 놀러 오셨다. 그분은 우리 집 돈키호테 아빠가 혼자 영국으로 6개월간 어학연수 가 있는 동안 주말마다 우리 집 아이들을 데리고 캠핑이며 계곡에 가주셔서 아빠가 없다는 사실을 잊게 해 주었던 고마운 지인이다.
우리 집 아이 셋과 그 집 아이 둘이 모여 처음에는 데면데면한 어색한 시간을 보냈다. 안 되겠다 싶어 집 근처 동물원에 가자고 했다. 미세먼지 꽉 끼어 있는 그날에….
아니나 다를까. 사람이 없었다. 미세 먼지도 그렇고 조류 독감에 우중충한 그날에는 거의 우리만 동물원에 있는 듯했다.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보고 싶은 동물대로 경로를 짜라고 했다. 서로 상의하더니 캥거루를 보고 곤충관을 거쳐 놀이터에서 조금 놀다가 남미관에 가자고 했다. 경로대로 올라갔는데 웬걸 남미관은 언제나처럼 들어갈 수 없었다. 나무늘보도 보고 싶고 개미핥기도 보고픈데 본 적이 없다.
남미관에서 발을 돌려 내려가려는데 호랑이를 꼭 봐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앞장서라고 했다. 지인과 수다 떠느라 아이들이 호랑이를 보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았는데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다. 사람들이 밑에서 올라서서 호랑이를 볼 수 있도록 바닥에서 동그랗게 올라온 투명 뚜껑 위로 호랑이가 배를 쭉 깔아주기로 하고 손바닥을 쳐서 하이파이브를 해 주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없어서 호랑이도 심심했나 보다. 오래간만에 보여준 호랑이의 팬서비스에 아이들이 호랑이 팬 클럽에 가입해야 한다고 난리가 났다.
사람이 많을 때는 사람 쪽은 쳐다도 안 보더니 사람이 없어 심심했는지 팬 관리를 하는 듯하다. 유명한 연예인을 보고 온 듯 들떠 있는 아이들 모습에 동물원에 오길 잘한 것 같다. 어느새 친해진 아이들은 헤어지기를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