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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다리쌤 Aug 12. 2023

와유(누워서 유람한다)

과천 미술관에 갔다.

비도 오고 마음도 집에 있고 싶지 않아서 우연히 간 미술관에서는 1시, 2시, 3시 이렇게 시간별로 각기 다른 도슨트 설명 시간이 게시되어 있었다. 나 혼자라면 다 들었겠지만 아이 셋이랑 같이 와서 아이들이 집중해서 듣게 하려면 하나만 선택해야 했다.


그래서 3시 도슨트를 선택했다.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이었다. 동산방화방의 설립자 동산 박주환 선생님이 수집했고 아들이 기증했던  200여 점이 넘는 작품 중에 선별된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림은 시대별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임금님의 어진을 그렸던 김은호 화백을 시작으로 일제 강점기, 광복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시간별로 그리고 서화(그림에 한문시)부터 수묵화 이어 채색화까지 이어졌다.

김은호 화백 그림


인상에 가장 남는 그림은 김기창 화백의 화조였다. 아무렇게나 무심하게 툭툭 찍어놓은 듯한 빨간색 꽃잎이 유치원생도 따라 그릴 수 있겠으나 꽃잎마다 빨간색의 명암이 조금씩 달라 꽃잎에 생동감을 불어놓는 것은 아무나 못할 것 같다. 또한 물의 번지는 정도까지 화가는 다 고민을 했겠지만 우연과 우연이 만나 꽃잎과 잎의 경계가 정해져 지고 자연스럽게 완성된 그림은 나에게 깊은 울림을 남겨 주었다.

김기창 화백의 화조

도슨트 선생님이 산을 그린 수묵화 앞에서 와유를 설명하셨다. 화가들은 아픈 친구들을 위해 멋있는 절경의 산 그림들을 선물했다고 하는데 ‘와유’는 누워서 유람한다는 뜻이었다. 아파서 못 가는 대신 그림으로 보고 위로를 삼았다고 하니 그림이 주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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