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는 원래 부자였던 나라가 아니라 불과 몇 백년 전까지만 해도 프랑스 군대에 파병갔던 스위스 용병으로 유명했던 나라이다. 산으로 둘러쌓여 있어 바다 구경을 할 수 없는 나라! 너무나 가난해서 용병으로 다른 나라전쟁터에 나가 돈을 벌어 오던 나라였다. 그래서인지 스위스는 음식 문화가 크게 발달한 나라같지는 않았다.
그렇게 느낀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가족끼리 큰 마음 먹고 스위스 전통 음식 '퐁듀'를 먹으러 가자며 레스토랑에 갔었다. 여기서 나오는 퐁듀는 퐁듀치즈 녹이고 와인 조금 넣어 녹인 치즈에 빵 찍어 먹는 것이 전부였다. 즉 퐁듀 치즈에 찍어 먹는 빵이 식사의 전부였다.
그것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스위스 마트 Migros에서도 오징어나 새우 같은 다양한 해산물을 보기 힘들었다. 스위스는 바다가 없으니까 한국과 같은 건새우, 건오징어 같은 것은 구하기가 무척 힘들었고 파는 생선들도 한국에서 즐겨 먹던 것들과 조금 다르게 생겼었다.
그리고 대중적인 스위스식 길거리 음식이라고 한다면 (거리 거리마다 볼 수 있는 거리 음식) 소시지에 감자 조금 피클 몇조각 나오거나 삶은 감자에 라끌렛 치즈 녹여주는 것 정도가 되겠다. 한국처럼 다채로운 음식을 기대하긴 힘들었다.
한국에서는 거의 매일 요리를 해서 먹지만 스위스는 평일에는 차가운 음식을 주로 먹고 주말에는 따뜻한 요리를 해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하느라 바쁜 평일에는 마트에서 산 샌드위치를 먹거나 다 조리된 음식을 데워먹고 주말에는 본격적인 요리 고기를 사서 구워먹는다거나 조리를 해서 먹는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스위스 여자들이 부러웠다. 식문화가 간단해서 좋겠다고 말이다.
요즘 한국도 반찬가게가 늘어나고 간편히 사서 밥이랑 같이 먹으면 되고 많이 편해지긴 했다.
그래도 한국 음식이 손이 많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자주 가던 스위스 빵집도 처음 갔을 때는 굉장히 놀랬었다. 한국에서 먹던 빵들과는 다르게 짙은 색 빵과 딱딱한 빵이 많이 있었다. 유치원 가정통신문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평일에는 어두운 갈색 빵 즉 잡곡 빵을 주로 먹는다는 것이었다. 주말에만 흰빵 그리고 버터가 잔뜩 들어간 페스츄리 빵을 먹는 것을 권장하고 있었다. 건강을 생각해서 한국 사람들이 현미밥 잡곡밥을 먹듯이 그들도 건강생각에 잡곡빵을 먹는다는 것이 신기했다.
한국에서는 온갖 설탕 넣고 버터에 달달한 빵들이 많은데 스위스의 우리 집 근처 빵집에는 생각보다 종류도 많지 않고 빵들도 내 입맛에 안 맞았다. (딱딱하고 무미 건조한 잡곡빵은 맛이 없었다) 프랑스에 파리바게트가 들어와서 성공했다고 하니 스위스에도 들어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3년 뒤 스위스에 다시 가면 파리바게트 빵 먹으며 세월 많이 좋아졌다고 느낄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