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를 떠나 이제 한국에 돌아갈 때라고 말하자 친해진 외국인 아이 엄마들이 물었다.
"독일어 열심히 배우더니 여기서 살려던 거 아니었어? 왜 한국에 돌아가?"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내가 왜 한국에 살고 있는지, 왜 돌아가려고 하는지 고민했던 순간은 말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고, 단 한 번도 다른 나라에서 살아야지 생각조차 못했었다. 그런데 스위스로 1년 반 발령 난 남편을 따라 스위스에서 살았고 살다 보니 사회제도가 안정적인 스위스가 좋기도 했다.
그러나 힘들었던 순간들도 있었다.
유럽에서 동양인이면 한 번씩 겪게 된다는 인종차별!
한 번은 지하철 역을 걷고 있는데 '어리석은 중국인'이라고 지나가면서 새침한 스위스 아줌마가 말한다.
나는 그녀에게 아무런 잘못을 한 적도 없고 심지어 스쳐가며 본 것이 전부인데 나의 뭘 보고 그런 말을 한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뿌리 깊게 동양인을 깔보는 스위스인들의 시선을 느낄 때가 몇 번 더 있었는데 한 번은 수영장이었다. 수영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수영하는데 직원은 나를 콕 집어 "씻고 물에 들어오셨나요?" 물었다.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 나와 아이에게만 질문하는 모습을 보며 기분 나쁘고 불쾌했었다.
그리고 유치원에서 돌아오는데 집에까지 따라오며 눈이 찢어진 흉내를 내며 장난치며 따라오던 아이 두 명!
(이런 일들로 인해 스위스에 온갖 정이 떨어지기도 했다. ) 집까지 따라오며 놀리던 아이들 둘을 찾기 위해 다음날 학교까지 찾아갔다. 아이들이 모여 있을 때 우리에게 놀리면서 집까지 따라오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다음번에는 교실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을 만나고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고 그다음부터는 보지 못했다.
이런 인종차별에도 아이 키우며 살기 좋은 나라 스위스에서 살고 싶기도 했다. 그럼 나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 보았었는데 독일어를 잘하지 못하니 샐러드 씻기, 청소하기 등등 말을 안 해도 되는 육체노동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찌 보면 학력이 좋은 이민자들도 그 나라 말이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리고 말이 통하고 의사소통이 원활해지면 직업을 바꾸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나와 남편은 둘 다 한국에 안정적인 직업이 있고 우리의 선택은 당연히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사는 나라를 스위스처럼 안정적인 사회 제도를 갖춘 나라가 되도록 도와 보자고 생각했었다.
지금도 나는 스위스에서 살면서 본 사회 모습이 우리의 미래 즉 10년 뒤 아니면 20년 뒤 사회 모습을 미리 보고 돌아온 것이라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