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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혼자서 갈 수 있는 이유1

by 키다리쌤

스위스에서 유치원 1학년은 엄마가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유치원 2학년부터는 아이 혼자 다니는 것을 굉장히 명예롭게 생각하며 자부심을 갖는다. 만 5살 한국 나이로 7살이 되면 유치원에 스스로 혼자 가는 것이다. 스위스는 어려서부터 아이들을 굉장히 독립적으로 키운다.

아이의 겉옷 위에 어깨에서부터 허리까지 V자 모양의 형광색 표시를 두르고 유치원에 간다. 스위스에서 어린아이를 이렇게 풀어 키울 수 있는 데는 그들만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미국은 치안이 불안해 12살 이하의 아이들은 늘 어른과 함께 다닌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그럴 것 같다.

스위스에 살면서 이 자부심이 진심으로 부러웠던 것은 그들은 사람이 살면서 고민하게 되는 3가지를 어느 정도 해결해 놓았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해 본 큰 고민은 3가지였다.

"내가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고 죽지 않을까?" (의료)

"내가 돈이 없어 내 자식을 교육시키지 못하지 않을까?" (교육)

"내가 돈이 없어 나이 들어 폐지 줍지 않을까?" (연금)

나이가 들면 기본적인 연금이 나오기 때문에 스위스에서 굶어 죽을 일은 없고 의료제도 또한 앞에 설명했듯 이 죽을 병에 걸려 250만 원이 넘는 치료비가 발생하면 정부와 보험회사에서 알아서 처리해서 치료 못 받고 죽을 일도 없다.

그리고 스위스는 학생들의 약 20퍼센트가 대학교에 진학한다. 공부를 하고 싶어 하고 잘하는 사람만 가기 때문에 대학 교육에 돈을 거의 내지 않고 대학교육을 받는다. 선생님을 비롯하여 공무원 등등 대부분의 직업이 대학이 아닌 직업학교를 통해서 일을 하게 되고 의료 시스템에서 설명했듯이 교육에서도 불필요한 비용을 거의 쓰지 않는 효율적인 사회 제도가 뿌리 깊게 새겨져 있었다.

한국은 무조건 대학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대학 교육이 실제로 일하는 직장과 연결되는 경우가 오히려 많지 않다. 어쩌면 누군가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대학교육비라는 큰돈이 낭비되는 것이다. 또한 대학을 나와야 사람대접받는다는 어른들의 뿌리 깊은 믿음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불완전한 사회 제도를 가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치료비가 없어 교육비가 없어 그리고 연금이 없어 삶의 나락에 떨어질 수도 있다. 반면 스위스 아이들은 어떤 직업을 갖는다고 해도 사람답게 살 수 있기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골라서 할 수 있다.


스위스는 사람을 나락에 빠뜨릴 수 있는 커다란 세 가지 문제(의료, 교육, 연금) 문제를 해결해 놓음을 통해 누구나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 그리고 어린아이들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놓았다.

우리가 우리 이웃의 아픔을 모른 척하면 그 이웃의 아픔으로만 끝날 것 같지만 결국에는 돌고 돌아 우리 공동체 모두의 아픔으로 돌아온다. 누군가가 내가 먹을 빵이 없어 내 부모, 내 아이의 치료비가 없어 다른 사람의 돈을 탐내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같은 이유로 한국에서 아이 키우는 엄마인 나는 초등학교 1, 2학년임에도 아이를 혼자서 내보내는 것이 두렵다. 한국이 과연 안전한 나라인가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네"라고 답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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