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와 실내 수영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도 수영을 잘 못한다.
물론 배워보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늘 방학 때만 배우다 보니 매번 기초만 배우다가 끝이 났다.
스위스에서 어린이집도 그만두고 실내 수영장에 갔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한국의 수영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자유형이든 평형이든 배영이든 접영이든 모든 사람이 열심히 수영만 한다.
그러나 스위스 실내 수영장에서는 얼굴은 물 위로 내놓고 손과 발로 살살 움직이면서 수영하며 대화를 하는 것이었다. 예전에 TV에서 외국인들이 한국 실내 수영장을 보고 '수영 선수들이 다니는 수영장인가?' 의아해한다고 했었는데 이래서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았다. 우리는 진심으로 수영하는 사람이 거의 대부분인데 반해 스위스는 마음 맞는 친구끼리 수영도 할 겸 대화도 할 겸 수영장에서 만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스위스 아이들이 자유형부터가 아니라 물에서 얼굴 내밀고 살아 나올 수 있는 평형부터 배우는 것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마치 한국에서는 수영 법칙처럼 자유형부터 배우는데 말이다.
수영장에서 첫째랑 놀다 보니 5~7살 어린아이들 수영 수업도 있길래 신청해 보았다. 너무 심심해서 뭐라도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등록한 수영 수업에 참여했다. 만삭의 몸을 이끌고 첫째 아이를 데리고 참여했는데 평일 오후 수업이었는데도 아빠들이 오는 경우도 제법 있었다. 어린아이들을 위한 수업이기에 수영 수업은 놀이 위주로 진행되었다. 반짝이는 보석 구슬을 무릎이나 허벅지 정도의 물 밑에 넣고 잠수해서 꺼내 온다던지 엄마가 아이를 잡아주고 그리 크지 않은 어린이용 수영장을 발차기로 돌아오게 한다던지 놀이를 통해서 수영과 친해지도록 했다.
늘 한국에서 튜브로 인한 사고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었는데 스위스 수영장에서는 수영을 못하는 어린아이들에게 암링을 끼도록 했다. 튜브보다 암링이 낫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여름이면 아이들은 집 근처 실외 수영장으로 갔다.
만삭이던 나는 겨울 2월에 아기를 낳고 그 해 여름에는 아기 띠에 둘째를 업고 야외 수영장에서 첫째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동네 어린이들은 거의 모두 야외 수영장에서 만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실내 수영장과 실외 수영장 모두 동네마다 하나씩 있고 동네 주민들의 사랑받는 체육 시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