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타 선생님이 독일어 수업 시간에 질문을 하셨다.
"당신은 부자입니까?"
다들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고민했다. 그러다 곧 이민 와서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힘들다는 이야기가 많이 오갔다. 그런데 그 와중에 한 대답이 내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알무 언니가 대답했다.
"네^^ 돈은 많이 없지만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는 한 전 부자입니다. "
짧은 단발머리에 하얀 피부 갈색 머리, 말로 표현한 것만큼이나 따뜻한 외모를 지닌 스페인 사람 알무 언니를 어느 순간부터 수업이 끝나고 커피 한잔 하자며 조르기 시작했다.
언제나 푸근하게 자리를 내어주던 언니에게는 스위스 남편 아차! 남편이 아니라 파트너와 그 사이에 딸이 있었다. (한국 정서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아이를 낳아도 결혼하지 않는 스위스 남자들이 있다.) 스페인에서 스위스 파트너와 딸을 낳고 7살이 된 딸아이와 최근에 가족 모두 스위스로 이사 왔다고 했다.
언니랑 얘기하면서 스페인도 한국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육열이 높은 것도 젊은이 취업 문제가 심각한 것도 똑같았다.
한 번은 알무 언니, 언니 딸, 나, 첫째 아이 넷이 함께 산책을 했다. 언니와 딸이 하는 스페인어는 거의 이해 못하지만 한 번은 내 귀를 의심할 정도로 확 의미 이해를 해 버린 적이 있었다.
"빵 사 올게." 할 때 '빵'이 한국의 '빵'과 거의 비슷한 발음이었다.
"언니, 딸과 빵 사러 간다고 했죠." 했더니 어떻게 알았냐며 놀라워했었다.
아마 빵이란 말의 유래가 스페인에서 왔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