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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어린이집

Spielgruppe

by 키다리쌤

스위스에서 우리 집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어 첫째를 Spielgruppe라는 어린이집에 보내게 되었다. 남편 출근하고 첫째랑 둘이 있기 심심해서 첫째에게 물어보니 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린이집에 보냈다. 일주일에 2번 3시간 정도에 10만 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했다. 처음에는 잘 다니는 것 같았다. 어린이집 다니면서 마르윙이라는 아이와 그 엄마 마리도 알게 되었다. 둘째 임신해서 남산만 한 배를 한 채로 아이와 함께 산책하던 나를 본 마리는 눈이 잔뜩 온 날 마르윙과 첫째 두명만 데리고 눈썰매를 타겠다며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 그리고 마르윙의 생일 파티에도 가고 마리는 내게 참 고마운 사람이었다. (마르윙의 엄마 마리는 남미에서 넘어온 이민자로 젊어서 일하러 스위스에 왔다. 남편을 늦게 만나 늦은 결혼으로 귀한 아들 마르윙을 낳았다.)

그러나 어느 날! 아이들이 노는 것을 지켜보다가 같이 놀게 하면 안 되겠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다. 처음에 첫째가 같이 놀기 싫다고 말을 하기 시작할 때부터 뭔가 불편한 것이 있나 보다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노는 것을 지켜보니 첫째의 모자를 계속해서 잡고 넘어뜨리는 행동을 반복해서 하고 있었다. 첫째가 싫다고 표현해도 말이다. 이건 아니구나 싶어서 마리에게 힘들게 말을 꺼냈다. 내 아들이 괜찮다고 하면 나도 괜찮고 아이과 힘들다고 말하면 나도 괜찮지 않다며 그동안의 마르윙의 행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마리는 아이들 놀이라고 말을 하는데 그 때부터 마르윙과 그 엄마인 마리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나도 우리 아이가 더 소중한 엄마이기에 내 아이가 싫다는데 같이 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어린이집도 두서 달 다니던 어느 날 아이가 잠자다가 울면서 소리를 질렀다.

나쁜 꿈을 꾼 모양이었다.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요." 소리를 지르면서 엉엉 우는데 엄마로서 반성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아이가 괜찮다고 해서 괜찮은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듯했다. 잠에서 깬 첫째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어린이집에서 있었는지 물었다. 첫째가 말하길

"아이들이 나를 옷장 안에 가두었어요."

어린아이를 말이 안 통하는 어린이집에 보내도 저절로 말을 쉽게 배운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나 보다. 어린아이들이 말이 안 통하는 곳에 홀로 놓였을 때 스트레스는 어른보다 심한 것 같았다. 어른들은 말이 안 통해도 도덕적으로 어느 정도 완성된 성인이어서 예절 바르게 행동하지만 아이들은 자신의 세계에서 그 나라 말을 못 하는 아이가 들어오면 "너 우리말 못해, 바보구나! 바보!" 이런 반응으로 시작되는 것이었다.

첫째에게 어린이집 가고 싶지 않으면 가지 않다도 된다고 했다. 아이가 가기 싫다고 하자 어린이집 선생님께도 당분간 아이는 쉬어야겠다며 그동안의 일을 말씀드렸다.

그리고 매일 아이와 산책하면서 도서관과 수영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너무 무료하고 심심하기도 해서 아이와 함께 실내 수영장에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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