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이 교실이 되다
젊은 남자 선생님 앞에서 사자, 곰, 여우 성향의 아이들은 자신의 발톱을 감췄다. 우연히 학부모회 일로 학교에 갔다가 반 아이 중 누군가 문제 행동을 하면 문제 행동을 일으킨 아이와 일대일로 상담을 하시는 모습을 멀리서 본 기억이 난다.
그리고 아이와 엄마인 나는 천국을 맛보았다. 이제 더 이상 피해 다닐 필요가 없고 은근한 따돌림에서 해방되었다는 것이 아이를 평안하고 자유롭게 했다.
심지어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이 계속 그런 문제 행동을 일으키면 엄마가 학폭 신고하지 않더라도 선생님이 제기할 거라고 하셨는데 아이는 이 말에 위안을 느낀 모양이었다. (학폭을 했었으면 교실이 달라졌을까? 아니면 엄마들과의 싸움에 휘말려 더 힘들었을까? 요새는 변호사를 대동하고 오시던데 법 앞에서 위축이 되었을까?) 그렇게 아이는 반아이들과 관계를 회복했다.
그리고 선생님은 아이에게 좋은 책도 소개해주셔서 초등학교 5학년 당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고 그리스 로마 역사에 흠뻑 빠져 있었다. 우리 아이의 르네상스 시대였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책도 마음껏 읽으며 보내는 날들이 작년과 극명하게 대비되었다.
작년 신규 선생님을 원망하는 것이 아니다. 엄마이자 선생님인 나도 처음이 있었다. 선생님으로 처음 시작하는 것이 얼마나 두렵고 떨리는 일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성을 잃고 선생님께 항의하던 때도 있었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을 하면서 학부모님께 항의전화를 받을 때도 이해가 된다. ‘학부모님도 사람이고 내 아이가 힘들다는데 그 일에 몰입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 하고 말이다.
그리고 내 아이의 정글이 된 교실을 겪으면서 신규 교사를 위한 신규 교사가 아니더라도 정글이 된 학급을 돕는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정글이 되는 학급은 사실 모두가 피해자이다. 아이들이 선생님을 무시하는 상황에서 떠드는 것은 기본이고 원활한 교육 활동이 이뤄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교실 내 때리고 맞고 침 뱉고 심상찮은 폭력 상황에 마주하게 된다. 이제라도 현실을 인정해야 우리는 바꿔 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