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과 요새 받는 학부모님 전화는 결이 다르다. 십 년 동안 휴직하고 복직해서 그런지 전화를 한 번 받을 때마다 펀치를 훅훅 맞는 것 같고 자존감을 팍팍 깎아내리는 것 같다. 왜 학부모님과 통화하고 나면 나의 자존감이 낮아지는 걸까? 주말에는 떨쳐버리려고 해도 나를 콱 붙들어 떼어내기 힘들 때도 있다.
이를테면 황당한 항의 중 하나는 “소풍 중에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가 던진 과자를 맞았다고 하는데 따돌림을 당하는 것은 아닌가요? “그리고 이어서 ”작년에는 안 그랬는데 올해 선생님이 맡고 아이가 힘들어해서요. “ 였다. 보통 학부모님들은 화가 나서 전화를 하시는데 이렇게 듣고 나면 20년 차 교사이자 다둥이 엄마도 마음에 날려 치기를 맞은 듯하다.
전화를 받고 아이들을 분석하다가 알게 된 것은 아이가 과자에 맞았는데 누가 던졌는지도 모르고 그것도 딱 한번 새우깡 같은 가벼운 과자에 맞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우깡으로 누군가를 목표로 멀리서 던져 맞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그래서 아이한테 물었다. “혹시 소풍 때 근처 아이들이 돗자리를 털다가 과자 하나가 너에게 날아간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멀리서 새우깡으로 누구를 맞출 확률은 나뭇잎이 떨어져 누구를 맞출 확률과 비슷해 보이지 않을까? ’ 혼자 생각했었다.)
그러고 나서 든 생각은 요즘 아이들은 스트레스가 참 많다는 것이었다. 도서관에서 카페에서 초등학교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을 종종 본다. 어떤 수학학원들은 아이가 해당 수학문제를 다 풀 때까지 아이를 놓아주지 않는다고 했다. 심지어 이런 방식을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하던데 나는 수학 감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반의 승급(올라가고 내려감)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한다.
스트레스가 가득 찬 얼굴! 요새 아이들의 모습이다. 안타깝지만 아이들은 조그마한 자극에도 언제든 터질 준비가 되어 있다.
게다가 학부모님들도 아이 말만 듣고 따지듯이 전화하시는데…‘제가 때리거나 물건을 던지지 않았습니다만’ 이란 말이 튀어나올 뻔했다.
놀랍게도 선생님은 중재자이다. 한 아이가 피해를 호소해도 일단 다 듣고 양쪽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에 따라 어떻게 교육할지 판단한다. 억울한 아이가 생기지 않도록 말이다.
만약 나의 아이가 피해를 호소한다면 담임 선생님께 중재 요청을 드려 보자. 양쪽의 입장을 들어보면 명확한 내 아이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아이 말만 듣고 섣불리 화를 먼저 내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 나의 아이를 위해서도 명확하게 알아야 우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