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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공원

by 키다리쌤

Glacier Garden (루체른)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 루체른에 있는 빙하 공원에 다녀왔어요. 루체른에 볼 일이 있어서 박물관 하나만 가자는 마음으로 왔는데 화창한 날 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비가 오는데 생각보다 야외에서 둘러 볼 것이 많아 우산 들고 다니기 불편했어요. 사실 남편이 박물관이라고 해서 왔는데 정원이더라구요. (입장료는 어른 24프랑, 어린이 12프랑/ 가족 뮤지엄 연간권으로 지불 없이 들어왔어요. 다만 안내서만 2프랑 주고 샀어요.)


바로 옆에 유명한 빈사의 사자상이 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빙하 공원과 더불어 꼭 보고 오는 명물이에요. 저도 마찬가지로 빙하 공원 보기 전에 화살에 찔려 신음하며 죽은 듯한 사자상을 먼저 지켜보았어요. 이 사자는 프랑스 대혁명 때 루이 16세와 마리 앙뜨와네뜨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자리를 지켰던 스위스 군인들을 상징해요. 현재 잘 사는 스위스도 불과 200-300여년 전만 해도 용병을 다른 나라에 보내 돈을 벌어 오는 나라였죠. 슬프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역할을 다했던 사자의 모습이 마음 속 깊은 울림이 되어요. 가신다면 이건 공짜이니 꼭 보고 오세요.

빈사의 사자상

입구에 들어가자보자 움푹 패인 매끄러운 구덩이 빙하 구멍(pot hole)이 여러 개 나와요. 이 곳 루체른은 2만년 전 800m 두께의 얼음층으로 뒤덮여 있었다고 해요. 빙하가 녹으면서 이러한 빙하 구멍이 만들어 졌다는데 깊이가 꽤 깊어요. 게다가 이런 움푹 패인 빙하 구멍 속에 동그란 돌들이 놓여 있어요. 거인들이 삽으로 움푹움푹 파서 깊은 구멍을 만들고 사암의 매끄러운 광택을 내고 돌을 갈고 다듬어 던져 놓은 것 같지만 기나긴 세월 동안 빙하가 녹으면서 이런 작품들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자연적으로 우연히 생겼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에요.

구덩이 빙하 구멍

이 공원의 역사는 짚어 보자면 1872년 은행 직원이자 와인 상인이 와인 저장고를 짓고 싶어서 이 땅을 샀다고 하는데 땅을 파던 중에 빙하 옹기(a first glacier pot)를 처음 발견했다고 해요. 이를 연구하던 지질학자들이 천연기념물을 보존하자고 설득했고 마음을 바꿔 1873년 5월 1일 빙하 정원을 개장했어요. (안내서 참고)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니 전망대가 나와요. 계단을 따라 쭉 올라가니 사방으로 루체른 시내가 훤히 다 보여요. 여기서 비를 잠시 피했는데 금세 멈출 비가 아닌 것 같아 4번 바위세상(Felsenwelt)으로 갔어요. 콘크르트 입구로 들어가니 알프스 형성 과정에서 만들어진 자연적 구조와 사각사각모양의 콘크리트 건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2천만년 전의 암석을 비롯하여 화석의 과거, 우리 세대가 사용하는 물건으로 이루어진 화석으로 현재, 밖으로 이어지는 미래로 연결되는 전시였어요.

특히 아이들이 특히 좋아했던 곳은 거울 미로였어요. 이 곳은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에 위치한 웅장한 성 알함브라 궁전의 모형으로 설계되었지요. 곳곳에 사자 분수, 장미 정원이 꾸며져 있는데 거울안에 있어 전부가 아닌 일부(1면만)가 거울에 비춰 동그란 완성된 형태로 보여져요. 입구를 통해 들어가면 6면중 5면이 거울로 둘러싸여 있고 1면만 뚫려 있어서 맨 처음 들어갈 때는 출구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몰라 거울에 부딪치기도 하며 여러번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그런데 한번, 두번, 세번 들어가면서 거울 미로에서 놀던 아이들이 출구를 찾는 노하우를 알려주었어요. "엄마, 거울에 비치는 나는 가짜에요. 비치는 상이 없는 곳으로 나아가다 보면 금방 출구를 찾을 수 있어요." 아이들 말이 맞았어요. 노하우를 듣고 찾으니 금방 보이네요. 게다가 한참 거울 미로에서 보다가 깨달은 것은 보여지는 나는 가짜이고 진짜 나는 내 속에 있다는 것이었어요. ‘다른 사람이 바라 보는 내가 아니라 내 자신 안에 있는 진짜 나를 잘 가꾸어야 겠다’는 뭐 그런 생각이 잠깐 들었지요.

거울 미로 입구
6면 중 1면만 진짜 나머지는 거울이 만들어 놓은 완성품

아이들은 거울 미로 속에서 한참 숨바꼭질을 했어요. 노는 분야에 있어서 모든 아이들은 참 창의적이에요. 한참 숨고 찾기를 반복하는 아이들에게 약속 시간이 다 되어 가야 한다고 하니 아쉬워했어요. 친구들과 또 같이 오자며 다음을 기약하며 나왔으니까요. 게다가 집에 와서 안내서를 읽다보니 훅 둘러 보면서 와서 2/3정도만 보고 왔네요. 놓친 부분이 많아 게다가 아이들이 거울 미로를 좋아해서 조만간 친구들과 같이 올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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