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son Blanche
오늘 뇌샤텔 라쇼드퐁에 있는 르코르뷔지에가 지은 집에 다녀왔어요. (어른들만 10프랑씩 /16살 넘은 첫째포함해서 아빠, 엄마 어른 3명 30프랑 지불했어요.) 1912년 부모님을 위해 지은 이 화이트하우스는 르코르뷔지에가 독립건축가로 만든 첫 번째 프로젝트예요. 하얀 집에 하얀 색 문으로 들어가려는데 도마뱀 모양 손잡이가 앙증맞네요.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시골에 살고 둘째, 셋째, 넷째가 어림에도 어린이집에 맡기고 여름방학에 그리고 겨울방학에 한가람 미술관 전시회에 꼭 한 번씩 가고는 했었어요. 또한 도슨트 시간에 맞춰가서 설명을 들었지요. 그때는 엄마 고집에 아이를 끌고 간다고 생각했는데 첫째가 오늘 르코르뷔지에 전시가 기억난다고 하니 뿌듯하더라고요.
르코르뷔지에는 건물들이 벽면으로 무게를 지탱하던 시절에 기둥으로 건물의 무게를 지탱하도록 건물을 지었어요. 1층이 기둥으로 된 필로티 건축으로 유명하지요. (철근 콘크리트 기둥인 필로티로 무게를 지탱하고 지표면 1층을 자유롭게 이용함) 처음으로 아파트를 구상했던 것으로 유명한 건축 분야에서 선구자 중에 선구자예요. 특히 튼튼한 기둥으로 인해 자연 채광이 잘 들어오는 창이 길고 넓은 건물을 지을 수 있었고 오늘의 집도 햇빛이 그윽이 들어오는 집이었어요.
일층은 집에 어우러진 가구들을 둘러볼 수 있었어요. 꽃으로 꾸며진 벽면에 들어오는 자연 채광이 너무나 싱그러워 집을 더욱 멋져 보이게 해요. 부엌은 실용적으로 조리대가 넓게 식당은 자연 채광과 더불어 식사를 하도록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꾸며 놓았어요. 이런 집에 살고 싶네요.
특히 오늘은 르코르뷔지에 젊은 시절 지었던 이 집에서 보자기 전시가 있었어요. 한국 전통문화로 유명한 보자기로 포장된 여러 개의 물건이 놓여 있어요. 자연 채광 햇빛이 그윽하게 든 방에 보자기들이 빛나고 있었어요. 스위스에 보자기로 유명한 예술가도 살고 계시네요.
방마다 다른 빛깔을 빛내는 보자기를 보고 올라가 보니 김중업 건축가전시가 있었어요. (2층) 한국에서 살 때 삼사 년 전쯤인가 안양에 있는 김중업 박물관에도 갔었지요. 르코르뷔지에 제자였던 김중업 건축가의 전시는 대체로 건물 사진이었어요. 건물 사진을 보다 보니 김중업 박물관에서 봤던 건물이었음이 기억나네요. 특이하고 창의적으로 지어진 제주대학교, 한국풍으로 지어진 프랑스 대사관 건물, 동그란 곡선이 살아 있는 산부인과 병원 등등 김중업 박물관에서 들었던 설명까지 기억이 나는 것을 보면 박물관에 헛 다닌 것은 아니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다 관람하고 내려오는 길에 남편이 네 아이들에게 한 명이라도 건축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자 둘째가 흔쾌히 자신이 하겠다고 하네요. 아이 마음이 언제 바뀔지 모르겠지만 기왕 된다면 아무도 어디서도 못 보았을 법한 창의적이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지었으면 해요. 이곳 스위스 사람들이 그렇거든요. 노래방도 밤문화도 없는 심심한 나라지만 생활 속에서 창의작인 동상을 세워놓거나 기발한 생활 용품을 즐겨 사용해요. 깜짝깜짝 놀랄법한 동상에 기발하다는 생각에 박수를 치며 기뻐하는 저를 보고는 하니까요.
오늘 르코르뷔지에가 젊은 시절 지은 이 집을 보면서 그 이후 지은 작품들도 차례대로 찾아가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 스위스에 있는 것부터 말이죠. 이 근처에도 많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