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기-
문제는 구세력과의 충돌에서 비롯되었다.
(전 학부모회장과 함께 일했던 엄마들을 구세력, 나를 도와 함께 일했던 엄마들을 편의상 신세력으로
정리하겠다.)
학교에서 전통처럼 내려오는 '허그데이'라는 학부모 행사가 있었다.
한 달에 한번 등교하는 아이들을 엄마들이 안아주고 간단한 간식을 나누어 주는 행사였다. 그러나 신세력이 모여 한해의 학부모회 운영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허그데이'가 이제는 허그를 불편해하는 아이들도 늘어가고 없애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그래서 과감히 허그데이를 대신해 새로운 학부모회 행사를 기획했다.
학부모들이 모여서 꽃꽂이 행사를 한다던지 방학하는 날에는 급식이 없어서 학부모회에서 컵밥을 준비한다던지 학교 관현악단이 유명하니 응원도구들을 재정비한다던지 굵직 굵직한 일들을 계획하고 나머지 남는 예산은 각 교실에 보드게임을 사주고 해결하자고 했다.
나름 완벽하다고 만족하고 있었는데....
구세력에서는 '허그데이'라는 자신들의 전통을 한순간에 없앤 나에게 잔뜩 화가 나 있었다.
(여자들이란 말로 표현해 주면 좋으련만 나도 여자이지만 여자가 되다가 말았는지 눈빛만으로 알아주길 바라는 여자들을 보면 할 말 많지만 해 줄 말이 없다. )
분명 구세력에게 나의 계획과 방향에 대해 말해주었을 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나의 앞에서 말해주면 좋으련만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꽃도 비싼데 꽃꽂이 학부모 행사로 학부모회장이 학교 돈을 펑펑 쓰고 있다는 항의 전화를 학교가 받는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구세력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나를 도와 일하던 부회장 엄마가 구세력과 신세력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며 구세력에게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설명하고 나에게 구세력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표현해 주었다.
그러나
나를 향한 미움과 오해도 끝이 없으니
(엄마들의 나를 향한 오해와 뒷말들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차라리 내리는 비는 맞자고 했다.
언젠가 묵묵히 일하다 보면 알겠지...
부회장 엄마에게 너무 애쓰지 말라고 괜찮다고
같이 비를 맞아줘서 고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