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다리쌤 Jul 30. 2022

안경 배달

-네아이 키우기-

첫째가 안경을 두고 갔다.

어쩐지 오늘 따라 서두르더니 안경을 두고 갔구나!

아쉬운 마음에 안경을 들고 산책을 나섰다.

(목요일은 출근 대신 친한 언니와 공원 산책을 하는 날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언니에게 물었다.

첫째가 안경을 두고 갔는데 

학교에 가져다 주어야 할지 고민이라고 

의견을 물었더니 언니는 

직장인 엄마들은 아예 가져다  생각도 못할테니

아이도 엄마가 일하는 엄마라 

 갖다 준다고 여길 것이고 

하루쯤 안경 없이 살아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집에 돌아가서 아무래도 엄마가 집에 있는데

가져다 주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계속 들어

안경을 들고 학교 앞에 갔다.


시간이 애매하게 10시였다.

아무도 지나는 사람이 없어 그냥 돌아서는데

멀리서 사람이 온다.

'그래, 안경을 부탁하자!' 생각하며  다가갔다.

 

학생인지 선생님이신지 구분이 안되었다.

사복을 입은 학생처럼 보이기도 했고

젊은 선생님처럼 보이기도 했다.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선생님이신지 학생인지 모르겠습니다.

안경하나 부탁해도 될까요?

2학년 0반 입니다. "


그랬더니 중학생 3학년이라는 여학생이 말했다.

"제가 이거 전해 주러 2학년 교실에 가면

안경 전해 받은 2학년 학생은 3학년들한테 눈총 받습니다. "


그 길로 소심한 엄마는

안경을 들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늦은 오후

첫째가 집으로 돌아왔다.

떡하니 안경을 쓰고!

지금의 안경과 비슷한

옛날 안경을 들고 안경 안 가져간 것으로 착각하고

종종 걸음으로 학교 다녀온 이야기를 하니

첫째가 말한다.

"그러게, 엄마 오늘 헛고생 했네."

작가의 이전글 어려지고 싶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