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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규 May 30. 2022

광주 김동규, <광주드림> 기고 모음

 언론사 <광주드림>에서 '청춘유감'이라는 제목의 기고를 했던 적이 있다. 2017년 7월에 첫 기고를 했으니, 벌써 5년이나 지난 일이다. 며칠 전, 우연히 당시 기고했던 글을 접했다. 5년의 시간 탓인지, 수정하고 싶은 곳이 한두 곳이 아니었다. 생각이 달라지기도 했고, 문장이 늘기도 했다. 하지만 못내 아쉬운 건, '태깅'이었다. 관련 키워드를 구글링해 봐도 글이 검색에 잡히지 않았다. 부족한 글이지만, 그래도 13편이나 썼는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사회에서 사회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이 가장 유념해야 할 것 중 하나로, 나는 엉뚱하지만 '태그'를 꼽고 싶다. 태그란 어떤 정보를 검색할 때 사용하기 위해 부여하는 단어 혹은 키워드를 의미하며, 꼬리표라고 부른다. 침착맨은 유튜브 영상 댓글에 몇 분 몇 초에 어떤 말이 나왔는지 언급한 댓글을 늘 고정해 둔다. 태그 작업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것이다. 사회운동이란 지금의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이 다른 세상을 상상하며 그 상상력을 확산시켜 나가는 작업이다. 나는 활동가로서 늘 언론, 홍보, 공보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래서, 굳이 5년 전에 썼던 시간에 묻혀 있던 글을 재소환한다. 제목에 내 이름을 명시했다. 나는 광주에서 활동가로 살고 있는 김동규다. 광주청년유니온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왔으며, 현재는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고 있다. 겸손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이렇게 해야 노출되기 때문에 쓴다.


 지난 2017년 <광주드림>에 기고한 '청춘유감' 시리즈는 다음과 같다.


[광주드림, 청춘유감]


1편 청춘, 유감을 표한다.


2편 미래 위협 어떤 것도 상정되선 안돼


3편 이것은 오랫동안 반복된 일이다


4편 막 내리는 대(大) 비트코인 시대, 청년들


5편 미투운동, 이것은 혁명이다


6편 인간의 운명에 개입한다는 것


7편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 개최를 축하합니다


8편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 폐지돼야


9편 '윤장현 사건'과 '가짜 이강석 사건'의 교훈


10편 공적책임을 가진 자들의 무책임함


11편 '땅'과 '땀'의 전쟁, 그리고 청년


12편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


13편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를 떠나며


 글을 마치며, 광주드림에 기고했던 '청춘유감' 13편 중 가장 좋아하는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 개최를 축하합니다> 글을 옮긴다.


[청춘유감]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 개최를 축하합니다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드디어 민주와 인권의 성지에서 성소수자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오는 10월 21일의 5·18 민주광장은 무지갯빛으로 발광하는 축제의 장이다. 비가 그친 하늘에 무지개가 떠오르듯, 광주에도, 그리고 그 어디에도 우리들이 있음이 당당하게 드러날 것이다. 다양한 빛깔들이 함께 존재하면서도, 서로를 배제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무지개는 이 사회가 추구해야 할 새로운 지향점이다. 5·18 민주광장에 걸려 바람에 나부낄 무지개 깃발은 사랑에는 우열이 없으며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존엄한 존재임을 다시 한번 선언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광주퀴어문화축제를 두고 종교의 이름으로 혐오와 배제의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광주기독교교단협의회 문희성 목사는 광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동성애 축제를 공개적으로 하겠다는 것은 전통적 가치관에 반한다"며 "가정과 사회를 지키기 위해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박정두 광주향교 부정교 역시 광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동성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퀴어문화축제)를 광주에서 여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최근 일부 종교 세력이 무지한 혐오발언을 남발하고 심지어는 정당한 축제를 방해하는 광기를 표출하고 있다. 종교는 본래 한자어로 으뜸이 되는 가르침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종교가 그저 이러한 류의 어리석음의 극한으로 표상될 때, 이들이 아무리 축제를 방해하려고 해도 도도한 시대의 흐름 속에 소멸할 세력임을 절감한다. 모든 차별주의자들의 최후가 그러했듯, 이들의 이름은 영원한 죽음 앞에서 역사의 오명으로 남겨질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진 동료시민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에이섹슈얼, 인터섹스, 퀘스처너리. 출생과 동시에 두 가지 성으로 모든 인간을 규정해버리는 이 숨 막히는 세상에서 스스로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한 사람들이다. 지금은 ‘성소수자’라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언젠가 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성 정체성을 망설임 없이 고민하는 날이 오면, ‘퀴어’는 모든 인간들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될 것이다. 광주퀴어문화축제는 그런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한 걸음이다. 1980년 5월 27일. 외로운 섬, 광주의 새벽을 기다리던 시민들은 온몸으로 자신들을 대신해 싸워줄 것을 호소했다. 그들의 이름으로 세상은 한 단계 전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그토록 원했던 민주, 인권, 평화의 세상을 향한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8년 10월 21일. 우리들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그런 세상을 위해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줄 것이다.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곳은 서로의 존재를 서로 축하하는 자리다. 혐오와 차별 없는 세상으로 함께 나아가자.


- 광주 활동가 김동규 (2018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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