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진주서평 13화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by 진주


순전히 제목 때문에 이끌린 책이었다. 내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런 때를 맞는 경우가 줄었지만 여전히 한 번씩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를 되뇐다.



사람마다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라는 말의 의미는 다를 것이다. 나의 경우는 방향성을 잃거나 혹은 몸과 마음이 어수선할 때, 그리고 이것저것 재고 따지느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이다. 전진을 일삼는 삶을 꾸려나가는 편이지만 완벽주의 탓에 코앞에 전진을 앞두고 꽤 오래 고심하기도 한다. 예전 같으면 고심에서 머물며 전진보다는 안정이라는 후퇴를 일삼았다. 그것이 가장 편하고 안전한 방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안정은 고인 물일뿐이고 언젠가는 썩은 내가 난다는 것을 알기에 고심은 하되 전진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전진을 하다 보면 한번씩 불평,불만이 차오른다. 전진을 일삼기에 그에 따른 결과나 성과를 바라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충족되지 못했을 땐 자연스레 내가 가지고 있는 용기와 실천력보다는 성과를 얻지 못함에 불만이 생겨 버린다. 애정을 가지고 좋아하는 일을 하더라도 성과가 보이지 않으면 지치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독고다이 마이웨이를 걷고 있는 나에게 성과가 될 수 있는 피드백이 말라버리면 무기력이 엄습한다.


책에서는 '마음의 지주'라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 나 스스로 '마음의 지주'가 있는 사람이라 여기지만 가끔 마음의 지주가 흔들릴 때는 있다. 마음의 지주라는 것이 나 스스로 얻어내는 것도 있지만 그것을 더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분명 다른 이의 마음의 지주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누군가의 마음의 지주를 살피고 바라볼 수 있는 것은 곧 내 마음의 지주를 지속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 동력을 얻는 셈이다. 말 그대로 세상은 혼자 잘났다고 사는 것이 아니고 다른 이의 잘남을 봐야지만 나의 잘남을 더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는 잘남은 외적인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의 지주는 타인이나 관계를 통해서 얻게 되기도 하지만 자연이나 책, 그 외 다양한 삶의 이곳저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물론 그걸 바라보고 들을 수 있고 감탄할 수 있는 눈과 귀, 마음은 스스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마음의 지주를 세울 수 있는 기본이라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알아야 함은 물론이다.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마음의 지주가 갖추어지지 않은 사람은 상황에 따라 그것을 대신할 수 있는 대상을 찾는다. 그 어느 때보다 우리의 눈을 현혹시키는 것들이 많다. 대부분 물질적인 부분일 테고 말이다. 마음의 지주가 없으면 어떤 것이 되었던 채우려고 하는 마음이 강하다. 마음이 갖춰지지 않았기에 무언가 허전함을 느끼며 그것을 채우려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당장 눈에 보이는 것들, 그리고 부러운 그 무엇을 탐하며 얻어내려 한다. 보이는 것이 곧 자신의 가치가 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눈에 좋은 것을 갖추어도 마음의 지주를 세우지 못한 사람은 그것보다 더 큰 것을 찾아 또 헤맨다. 마음의 지주는 갈수록 텅 비고 그것의 대체물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니 아무리 부어도 채워지지 않는다. 스스로의 존재감은 자신의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겉으로 보이는 치장과 가지고 있는 물질이 될 수 없다. 그것이 없어짐과 동시에 스스로의 존재감은 사라질지언정 스스로 존재감을 갖춘 사람은 설령 그것이 사라질지라도 자신은 그대로 존재한다.



심리적으로 자립한다는 것은
'나'라는 있는 그대로의 존재에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다
이 자신감이야말로 마음의 지주다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이 책에서 또 하나 마음에 남은 것은 이 부분이다. 마음의 지주가 약했기에 아수라장이 되는 것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이고 그로 인해 참기의 달인이 된 것이다. 참기의 달인은 결코 나를 위한 것이 아니고 더 나아가 나와 관련된 관계에 엮인 사람을 위해서도 결코 현명한 것이 아니었다. 아수라장을 만들어야지만 나와 내 관계에 엮인 사람들이 더 단단해진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특히나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그렇다. 우리 부모님 역시 참기의 달인이고 그런 환경에서 자란 나 역시 그럴 수밖에 없다. 그렇게 참기의 달인들이 모인 가정은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미지근한 관계 안에서만 머물 뿐이다. 이제는 부모님이 연로하셔 굳이 아수라장을 만들 필요성은 줄었다 생각 들고 대신 부모님께 아쉬운 소리는 하게 되기는 됐다.


아수라장은 문제를 해결하는 현장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심리적으로 성장하는 현장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


결국에 마음의 지주라는 것은 아주 어릴 적 어머니와의 애착과 연결되어 있음을 책에서 말해준다. 나 역시 마음의 지주가 단단하지 못했던 것은 어릴 적 정서적인 결핍이었고 남편 역시 어릴 적 충족되지 못한 애착이 지금까지도 문제가 되고 있다. 결국에 아이는 엄마의 사랑을 원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그 사랑을 얻어내기 위해 자기만의 방편을 일삼고 그것이 훗날 자기가 살아갈 삶의 방법이 되어 버린다. 살아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터득하게 된 삶의 태도인 것이다. 남편은 특히나 의지 부분에 있어서 고착화되어 결혼 생활 내 그 부분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책을 통해 남편의 모습이 많이 보였고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어 이 책이 고맙기도 하다. 그리고 남편을 위해 도움 줄 수 있는 방법도 알게 되어 앞으로가 기대된다. 물론 내 노력에 의해 남편이 바뀐다는 건 있을 수 없지만 그 사람이 사로잡힌 것에 대해 눈 뜰 수 있도록 열렬하게 도와줄 것이다. 이것이 남편을 사랑하는 나의 방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여러 방면에서 나눌 수 있는 주제가 많고 책 한 권으로 여러 날을 토론할 수 있을 정도로 떠오르는 질문이 많아지는 책이다. 그 질문들이 궁금한 분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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