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진주서평 08화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

by 진주






오늘 진주서평으로 만나게 될 책은 다섯아이의 엄마이자 청소노동자로 살아가던 한 여인의 일기형식의 글입니다. 이 책은 인스타에서 알게 되었는데 제목을 보는 순간 딱이다 싶더라구요. 저도 매일 방바닥을 닦으며 한숨 짓는 일이 다반사인지라 결혼한 여자에게 부과되어지는 청소라는 고역에 이입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저자는 생계를 위해 청소를 하는 것이지만 말이지요.




어떻게 여자들은 항상 더러워진 것을 바꿀 힘이 있을까 끊임없이


여자에게 쓸고 닦는 일이 당연한 듯 여겨집니다. 당연하다고 여기는 이유는 그 일을 여자 스스로 해야한다는 무의식이 발동하거든요. 남자들은 더러운것이 보여도 아무렇지 않은데 여자들은 왜 그렇게 더러운 꼴이 잘 보일까요? 여성으로서의 특이점이라 할만 할까요? 여자에게는 돌봄이라는 것이 장착되어 태어나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돌봄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청소도 여자에게 부과되어지는 것이겠지요.



청소 노동자로 살아가는 그녀에게 자기의 길을 밝혀줄 불빛은 글쓰기였습니다. 그녀의 상황이나 그 당시 세계 정세에 대한 부분을 담담한 어조로 써내려 나갑니다. 오히려 담담해서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문장도 많았습니다. 담담한 어조가 가능한 것은 이미 통달을 했다는 의미일까요? 퍽퍽하기 그지없고 빛보다는 어둠에 익숙한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빛줄기인 공부와 책 그리고 글쓰기를 통해 그녀의 빛을 잃지 않습니다. 굴욕의 순간마다 자신을 지킬 수 있었던 힘을 스스로 기르고 있었던 것이지요.



해가 빛나도 기분이 무겁고 경제적 문제는 이 가련한 사람을 짓누른다
하지만 나는 이런 시기를 잘 벗어나기도 한다


가난이라는 것은 빛나는 해를 보면서도 빛남을 느끼지 못하게 합니다. 가난의 그늘은 주변이 드리우지 않아도 스스로 짐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녀는 책에서 가난을 자주 언급하지만 독자로 하여금 가난이라 읽히기 보다는 조금 모자란 풍요로 읽히기도 합니다. 그늘진 가난에 짓눌러 있는 듯 하지만 그녀의 삶의 대한 사색과 세계 정세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물질의 풍요를 누리는 자 이상의 것이었으니 말입니다.




그녀에게 일기라는 것은 기록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가난의 그늘로 인한 구석진 자아는 글을 쓰는 행위로 인해 내면의 어깨를 피게 합니다. 정신의 사고로 사는 이에게 물질적 가난이라는 것은 그저 조금의 불편함에 불가할지도 모릅니다. 그 불편함이 더욱 그녀가 글을 쓰게 해주었는지도 모르지요. 어쩌면 그녀의 글은 가난이라는 요소로 말미암아 더 가치가 더해지지 않나 싶습니다.


소유하고 유지하려는 열렬한 욕망 소유병은 전쟁의 극히 중요한 원인이자 모든 악의 근원이다 모든 정치세계를 괴롭히는 모든 악의 근원이다


그녀는 세계정세에 대한 관심과 걱정을 일삼으며 세계관을 확장해 갑니다. 지금도 자행되고 있는 전쟁의 그늘은 인간의 끊임없는 사리사욕으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간이 살아내는 것도 사리사욕 때문이고 인간이 사라지는 것도 사리사욕이 아닐까요?





다섯아이의 엄마로 혼자 생계를 꾸리며 사는 그녀에게 자식은 위로와 기쁨보다는 책임의 무게가 컸을거 같습니다. 그 책임에 대한 결과적으로 무능력을 일삼으며 좌절도 했을 테지요. 엄마로서 사는 일은 매일 눈물을 삼키며 자신의 환경과 여건을 탓할 수밖에 없었음을 엄마로 살아가는 그녀가 매순간 느꼈을 겁니다. 이 부분은 엄마로 살아가는 저이기에 가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저도 엄마니깐요. 그 무능력의 죄책감을 가져봤으니깐요.



그녀는 가난으로 인해 스스로 작아만지는 경험을 여러기관에서 하게 됩니다. 그런 기관에서는 가난한 사람의 가난을 직시하기보다는 그 가난에 대한 연민을 차라리 표현해 주었으면 좋았을까요? 누가 작게 만들지 않아도 스스로 작아만 지는 가난한 이들에게 필요한 건 저자가 말했듯이 다른 사람의 근심에 공감일겁니다.



아이들과 격이 없이 대화를 나누기 이전 먹고 살 것이 걱정인 그녀는 그점이 아쉽기만 합니다. 엄마로서 기댈 수 있는 구석이 되어주고 싶지만 그녀조차도 그저 글에 기대어 살아가는 것으로 스스로를 아슬하게 지탱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녀의 문장은 곱씹을수록 아프고 아픕니다.




스스로를 지탱은 하되 스스로를 바꿀 구조적 힘은 없었다고 고백하는 그녀. 가난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어떠한 삶을 살았을까요? 어떠한 것에 기대어 살아냈을까요?





강인하기조차 한 그녀의 내면을 그녀는 알지 못했습니다. 가난이라는 그늘에 가리워진 것이지요. 하지만 그녀의 문장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강인한 엄마로서 청소노동자로서 글을 쓰는 이로서 충실하고 가득한 삶을 꾸려 냈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 책에서는 그녀의 가난을 간접 체험하며 가난에 대한 체감을 하게 합니다. 가난한 자를 이해하게 하고 가난한 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난의 그늘에 갇힌 그녀가 말해줍니다. 지금도 가난은 여전합니다. 가난의 그늘진 곳에 우리가 서 있지 않을 뿐이지 가난은 여전하고 가난은 춥고 배고픕니다.




가난은 보통의 껍질 속이 아닌 보통의 껍질 밖에서 보통 속에 있는 것들을 부러워 하게 만듭니다. 보통의 껍질 속에 있는 자들은 보통의 껍질을 벗어난 상태에 대해서 알지 못합니다. 그저 자신의 보통의 껍질을 더 단단하게 만들 뿐이지요. 어쩌면 그녀는 보통의 껍질속에 있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듭니다.



그녀는 그녀의 글을 통해 가난에 그늘진 구석은 여전하지만 보통의 껍질 속에서 그 껍질만 아는 이들과는 다르게 그녀는 안과 밖을 다 알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보통의 껍질 속에 있다고 해도 그들 나름의 걱정과 근심은 여전하구나 하며 자신의 위치가 더 이상 아픔이기만은 한 건 아니라는 위로를 얻게 되기도 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를 살게 하고 그녀를 지탱하는 책과 글이 그녀에게는 있었으니 더 바랄 것이 없지요. 그녀를 대신할 글은 그녀뿐이니 말입니다.







나는 그들 중 가장 뼈 빠지게 일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내가 현실이라는 세상에서보다 문학의 세상에서
더 잘 산다는 것이 이상할까

뼈 빠지는 현실이지만 누구보다도 문학안에서 쉼을 누리고 기대와 희망으로 자신의 삶을 지탱해온 그녀의 삶에 경의를 표하며 진주서평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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