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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 Feb 20. 2024

스토너로 쓰는 사색일기 2






       



스토너에게 도서관이 자신의 장래였다면 나에게는 책이 그렇다. 내 인생에 책이 개입하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때였다. 한창 공부를 해야 할 고1 교실에서 내 눈을 사로 잡은 건 단발에 야무진 이목구비를 가진 손에 항상 책이 들려있던 친구였다. 책 뿐 아닌 그 책을 읽는 단단한 자신감에 차 있는 그 아이의 모습은 아마도 내가 갖고 싶은 그 무엇을 소유한 듯 보였다.


© eliottreyna, 출처 Unsplash


그 이후로 딱히 장래에 대한 계획이란 것 없이 그저 책이 이끄는 대로 인생을 살게 되었다. 애초에 예정되어 있던 혹은 내가 진짜로 원하는 내면의 요구대로 지금껏  읽혀지고 읽히는 과정을 통해 지금 이 순간에 이르게 된 것이다. 비로소 본향에 거하게 된 것이라고 할까? 책은 나를 나로 살게끔 이끄는 변화의 도구가 된 셈이다. 그 도구가 없었다면 내 장래마저도 흐릿했을까?





책은 항상 그 다음을 기대하게 만든다. 적어도 나에게 그렇다. 어느순간 책은 내가 전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그곳은 항상 일정하다. 의식의 흐름대로 책은 나를 이끌어주고 그 이끈 곳에서 샘물을 발견하게 하는 것!



성격상 직관에 전혀 동의하지도 의지하지도 않지만 책만큼은 직관대로 간다. 그만큼 책을 믿는다는 것일까? 책만큼 진실한 것은 없으니깐? 적어도 책이 나를 실망시키거나 배신한 적은 단 한번도 없는 듯 하다. 



오 이 문장은 전율이자 소름이다. 책은 항상 나를 기대하게 하고 설레하게 하는 동시에 책 안에서만 머무르는 나약함도 허락하니 말이다. 


내가 말하는 나약함이라는 것은 순진무구함이라는 기질에 책이라는 도구는 나에게 허황된 꿈 자리에 앉게하는 오점이 되기도 했다. 


여전히 꿈꾸는 것은 아마도 책 탓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꾸는 일을 멈추고 싶지 않은 것은 책이 주는 설렘때문이다. 



꿈을 꾸는 사람이 진짜 원하는 건 꿈을 이루는 것이 아닌 그 꿈을 꾸게 하는 설렘이 아닐까? 



마땅히 느꼈어야 할 안정과 온기를 하필 사람이 아닌 책에서 찾은 나는 책이 진리요 생명이 된 것이 그저 운명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노릇이다. 


© itstamaramenzi, 출처 Unsplash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기로 선택했는지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잊으면 안 되네


인생은 선택에 연속이고 그 선택에 따른 결과론적 삶을 사는 것이 인생일진대 결국 책으로 결론이 지어지는 내 인생에 있어서 책은 도구이자 연장이다. 


그 연장으로 무엇을 창조하며 만들어내는지는 그 연장을 가진 나조차도 알 수 없지만 내가 읽고 쓰는 그 모든 것들이 나의 결과물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대의를 위한 명분을 가지고 전쟁터로 향하는 친구들과 달리 욕을 먹을지언정 자기만의 길을 고수하는 스토너를 보며 마이웨이를 고수하는 나에게 가장 설득력을 실어준 것은 스토너를 읽게 된 것이 결코 우연만은 아니란 것을 확인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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