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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진주서평

우울한게 아니라 화가 났을 뿐

2025/4

by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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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과 화라니 서로 어긋나는 것이 아닌가 싶으신가요? 우울은 요인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곧 화의 상태가 우울로 발화되는 것이지요. 화를 내지 못하고 참고 견딘 여성의 우울을 말하는 책이라고 할까요? 초반에 살짝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읽다 말까 하다가 읽은 책은 왠만해서 끝까지 읽는 편이라 완독했습니다. 완독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읽기 다행이다 하고 말이지요.


화를 참는 사람은 참는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리고 우울한 사람은 스스로 우울한지 모릅니다. 앗 제 이야기인가요? 그저 인내하고 견디는 것으로만 생각하지요. 발화되지 못한 화는 어떤 형태로든 결국에는 터지게 되어 있습니다.




모든 화의 이면에는 충족되지 않은 욕구가 숨어 있다



화는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그 무엇이나 누군가로부터 좌절된 욕구나 수용되지 못한 여러가지를 통해 만들어집니다. 보통 여자들이 가장 화와 가까워지는 시기는 출산이후 육아가 시작되면서이지 않을까요? 엄마와 화는 뗼 수 없는 조건이니깐요. 화가 쌓일수록 충족되지 못한 무언가가 분명 있다는 것을 잊은 채 그저 화를 낸 자신에 대한 죄책감으로 화를 다스릴 뿐입니다.


는 참고 견뎌야 하는 것이 아닌 화 속에 숨은 내 욕구를 알아주고 그것을 건설적인 방법으로 획득하는 것입니다. 화는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니란 의미입니다. 우리는 보통 화를 없애거나 내지 말아야 한다고 사회적인 압력을 받거나 스스로 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화를 제대로 다룰줄 모릅니다.


이 책은 특히나 여성과 화라는 주제를 통해 남자의 화와 무엇이 다른지 분명히 명시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학습되어 온 인식으로 인해 화라는 감정이 여성에게는 불경시여기게 되었음을 말합니다.



여성은 결코 남성에 비해 화를 덜 내고 분노하지 않는게 아니다
남성과는 다른 방식으로 화를 내고 분출할 뿐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남성의 화와 다르게 여성의 화는 속으로 삭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관계에 대한 욕구가 남성보다 많은 여성은 화를 내게 되므로 관계의 악영향을 끼칠까 그저 참거나 인내하는 것으로 화를 잠재웁니다. 그렇게 화 속에 숨겨진 자신의 욕구를 여성은 알아채지 못한 채 그저 숨죽일 뿐입니다. 스스로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 관계를 위해 말이지요.




화는 감정기복, 꿈, 신체적 증상 등 다른 출구를 통해
언젠가 어떻게든 분출되기 마련이다


화는 참는다고 참아지는 것이 아님을 분명하게 이야기하는 문장입니다. 화를 잘 내지 않는 성격인 저는 주로 꿈을 통해 화가 드러납니다. 특정 대상도 분명한 것은 화를 참는 대상인 것이죠. 그 양상이 친정엄마에게서서 남편으로 최근에는 막내가 꿈에 등장해서 꿈에서도 화들짝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결혼후 심인성 질환에 주로 시달리게 된 것도 제 화의 방향이 잘못되었음을 반증합니다. 화는 자신의 가족이 화에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따라 학습된다고 하는데 저는 친정엄마 영향을 받았습니다.



화를 자주 낸 것은 아니지만 화를 내는 모습이 강렬한 기억으로 남은 탓에 친정아빠의 화를 무서워했고 반면 엄마는 화라는 감정 대신 짜증으로 그 화를 표현하셨습니다. 친정아빠 영향으로 화를 내지 않은 남편을 선택하기도 했지만 엄마의 화 대신 짜증이라는 감정은 저에게 그대로 대물림이 되었습니다. 엄마의 화는 짜증과 한숨으로 그렇게 이름지어지게 됩니다. 칠십이 넘은 연세에도 여전히 엄마는 화가 없습니다. 세월이 약일까요? 짜증도 이제는 덜해지셨지만 얕은 한숨은 여전합니다.




지속적으로 억제된 화는 놓쳐버린 기회,
나아가 놓쳐버린 인생에 대한 쓰디쓴 미련을 남긴다


친정엄마는 유독 자식에 대한 후회를 부쩍 이야기 하십니다. 모르고 지난 자녀의 욕구와 알면서도 채워주지 못한 자녀의 바람을 이제서야 알게 되신 것입니다. 채워지지 못한 욕구는 다른 이름으로 자녀 각자에게 채워졌지만 친정엄마에게는 아쉬움만 남겼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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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에 가까운 친정엄마의 감정은 아마도 자신의 욕구를 삼키는 것으로 자신을 지켜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애초에 욕구가 없던 것처럼 무채색으로 덧칠해진 자신이 우울이라는 감정을 떠안고 사는지도 모른채 말입니다. 저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모에게서 바랬던 정서적 지지를 내 자녀에게 아낌없이 쏟아내므로 무채색에만 머물진 않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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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함과 안정을 위해 자기 인격체의 일부를 포기하는 셈이다


아내라는 이름으로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여성에게 화를 참는 이유는 화목함과 안정에 대한 바람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나의 욕구와 화를 참는 대신 관계안에서의 평화를 선택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참는다고 되지 않는다는 건 결혼 생활을 할수록 육아를 할수록 더 선명해집니다.



화에 건설적으로 대처한다는 것은 남을 비난하거나 몰아세우는게 아니라
나의 욕구를 표출하고 내가 받은 실망과 상처를 내보인다는 의미이다


아마도 마지막 문장에 대한 실천을 요즘 가장 많이 하는 거 같습니다. 특히나 같은 여성인 딸에게서 보이는 참는 화 덕분이랄까요? 아이들이 커갈수록 여성으로써 남성으로써의 특징이 짙어지면서 남여가 같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각자의 특성과 그에 따른 관계 맺음은 가정에서부터 시작해야 함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화는 필요할 때는 분명하게 화라고 명시할 만큼 표현을 해야합니다. 화는 내 감정을 티를 내기 위함이기보다 나를 알아주는 첫번째 관문일테니 말입니다. 화를 참거나 화를 자주 내게 된다면 그 화의 근원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를 위해 분명히 필요한 것이며 그 화에 대한 죄책감에 스스로의 욕구를 자제하는 것은 더 이상 우리의 몫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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