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에 실린 엄마의 감정

by 진주

엄마에게 부여된 여러 가지 일 중 매일 고민되고 매일 해야 하고 매일 귀찮은 일은 밥 차리는 일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 시국에 엄마들이 제일 힘든 것은 다름 아닌 밥이다. 그놈의 밥밥밥!!! 밥만으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거기에 간식까지 추가되니 엄마의 고민은 끝이 없다.그렇다고 안 챙겨주느냐?! 그것도 아니다. 챙겨주면서 마음 한켠 서늘해지며 죄책감이란 것이 자꾸 엄마를 거슬리게 한다.


잘 차려줘야 할 거 같고 배달음식은 왠지 미안하고 집밥 차려주면 그나마 마음의 무게감은 덜하다. 소위 나쁘다고 하는 음식은 주면 안 될 거 같은, 밥 차리는 엄마 마음, 그 마음은 차려본 엄마만 느끼는 감정이다.

아빠들은 맛있고 몸에는 그다지인 것들을 거리낌 없이 아이들에게 주는데 말이다. 그러지 않은 아빠도 있겠지만 요리사 아니고 보통 아빠들은 다 비슷할 거다.


밥에 관하여 할말이 가장 많은 건 엄마다. 그러면서 그 노고에 대한 취급도 못 받는 것 역시 엄마다. 되려 미안해하며 자책한다. 엄마 밥을 단 한번이라도 얻어먹은 이들이라면 엄마의 이 마음을 반드시 헤아려줘야 한다. 평생 밥과 이별할 수 없는 엄마라는 존재에게 매번 먹을 때마다 감사를 표현하고 그 정성에 대해 아는 척 해줘야 한다.


엄마에게 밥은 무엇일까? 단순히 먹고 배를 채우는 것으로 충분하면 엄마들이 밥에 대해 그렇게 고민하며 애달진 않을 듯하다. 엄마에게 밥은 곧 가족이고 사랑이고 정성이다. 그러기에 잘 차려 주고 싶고 못 차려주는 거 같으면 미안하고 오늘은 더 잘해 먹여야지 다짐하는 거다.


아이들이 학교를 갈 때는 그나마 점심 한 끼가 해결되었지만 코로나 이후 학교를 안 가는 날이 많다 보니 엄마의 밥 차리는 업무가 추가됐다. 학교 급식이야 군말 없이 먹지, 어디 집에서는 아이들이 차려놓 밥상 군말 없이 먹나? 어린 유아는 그나마 투정이 덜하지만 입맛이 제법 생긴 초등 아이들은 먹고 싶은 거, 먹기 싫은 게 너무 확실하다.


그중에 아이들이 가장 선호는 라면! 아이들이 대부분 초등학교를 가면 라면을 접하게 되면서 그 맛에 빠져 버린다.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라면을 좋아하지 않는 엄마인지라 집에 라면을 사두지도 않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내가 사서 쟁여 놓는다. 살 때마다 뿌듯하지 않은 건 뭔가 싶지만 점심 한 끼나 간식으로 사실 이만큼 간편한 게 없기에 슬쩍 장바구니에 담는다.


먼저 '라면 먹을래?'라는 말은 차마 못 하고 '뭐 먹을래?' 물어서 '라면'이라고 대답하면 마음은 찔릴지언정 얼굴엔 회심의 미소가 떠오른다. 그러면서도 마음이 석연치는 않지만 말이다. 그저 석연치 않은 마음 눈 한번 꼭 감고 그냥 끓여준다. 다음엔 밥 차려줘야지 하면서...


오늘은 막내가 유치원에 가서 큰아이들이 라면을 먹어도 되는지라 은근히 떠보니 짜파게티를 먹겠다고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짜파게티를 끊이면서도 한편으론 엄마 마음 달래려 주먹밥도 만들어 하나 얹어본다.


아이들은 라면 먹는다고 하면 신나 하는데 왜 엄마는 라면을 주면서 자유롭지 못한 마음일까? 엄마의 이런 마음을 아이들이 알기나 할까? 생각난 김에 아이들에게 언제 물어봐야겠다.


(아이들은 엄마가 라면을 주면 행복하단다. '라면 줄 때 엄마 마음은 어떨 거 같아?' 물으니 엄마가 정성으로 끓인 라면을 우리가 맛있게 먹으니 엄마가 행복해할 거 같단다. 이 이야기를 듣고 웃픈 건 뭐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면 주는 일에 당당해질 거 같진 않다. 어찌 됐던 엄마는 아이의 행복, 그 이상의 것을 책임지고 있으니 말이다.)


모든 엄마가 숙제처럼 한 끼에 고뇌하고, 한 끼 차리고 난 후 숙제를 끝마친 양 후련하다. 끼니 때는 곧 또 돌아오지만 말이다.


점심 라면 먹였으니 저녁은 반찬 해서 집밥으로 줘야겠다. 몸은 귀찮지만 마음은 괜히 뿌듯한 집밥의 함정, 그 함정에 엄마는 기꺼이 빠진다.

KakaoTalk_20210713_135242513.jpg 짜파게티와 주먹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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