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크는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는 엄마

by 진주

아이를 키우는 건, 엄마가 전적으로 하고 있는 일임에도, 아이가 자라고 있는 것을 의식 못하는 순간이 있다.키가 자라는 건 눈에 보이지만 아이 마음이 자라는 건 쉽게 눈에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어제 6살 막내 대학병원 진료가 있어, 예약 잡은 날부터 내 마음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애써 담담한 척했지만 나 스스로 행동 하나하나에 긴장감이 어린 걸 느낄 수 있었다.


막내는 아기 때부터 민감했다. 타인이 터치하는 것에 극도로 반응 했고 타인의 터치가 당연한 간단한 병원 진료나 이발이 무척 곤욕스러운 일이 되어 버렸다. 아이가 돌 지난 후 첫 이발을 하고 내 온몸에 근육통이 왔다. 이발하는 내내 온몸을 비틀며 울어대는 아이를 내 힘으로 안고 버티느라 그런 것이다. 그 뒤로 남편에게 아이 이발을 맡겼다. 그리고 예방주사라도 맞는 날은 병원 입구부터 초초함에 눈빛이 흔들리고 주사를 맞는 순간 의사, 간호사 나까지 세 사람이 아이를 붙들어야 겨우 맞출 수 있었다. 아이가 병원에 가서 당하는 일을 의식한 이후로는 거부하는 마음까지 달래야 해서 아이와 병원 가는 일은 생각만 해도 진이 빠진다.

아이가 네 살 땐 코에 구슬을 넣어서 아무리 빼려고 해도 빠지질 않아 응급실을 가야 했는데 그날 남편이 있어 나는 가지 않고 아이를 남편에게 맡겼다. 아이의 문제보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마주하는 것이 극도로 피로감을 주기에 그냥 남편에게 떠 맡기고 싶었던 거다.


어제는 아이가 간단한 수술을 앞두고 있어 심전도, 엑스레이, 피검사를 하는데 모든 아이에게 피검사는 보통일이 아니다. 그런 내 마음 아랑곳없이 간호사는 퉁명스레 '엄마가 아이 안고 앉으세요' 한다. 동공이 흔들리며 내가 안아서 될까 싶었지만 별다른 수가 없었다. 아이에게 귓속말로 '괜찮아 금방 끝날 거야 아프지 않아'하며 달래주고 간호사가 바늘을 꽂는 순간 아이가 움질 하며 울음을 터트릴 거 같더니 가만 있는다. 어머나 '이게 아닌데'라며 내 의식이 흔들린다.


그동안 엄마 마음 졸인 순간들이 무색할 만큼 아이는 채혈을 잘했다. 아이보다 오히려 내 마음을 달래줘야 할 지경이었다. 채혈을 마치고 칭찬을 해주며 나오는데 아이가 와락 안기더니 조용히 울음을 쏟아낸다.


'아, 참았구나. 견딘 거구나.'


눈물이 나올 거 같았다. 아이 역시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었지만 아이는 참을 수 있을 만큼 자란 것이었다.

아이가 견딘 그 마음을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의 애가 타올라 꼭 안아주며 위로를 건넨다.


아이가 몸만 자란 게 아니라 마음이 이렇게 자랐구나 싶으면서 '난 왜 아이만큼 마음이 자라지 못한 거지?' 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아이를 아이 그대로 바라보기보다는 아이 문제에 매몰되어 그 문제에 대한 엄마 감정에 빠져 있었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이가 크는 만큼 아이의 마음도 단단해지는데, 되려 엄마 마음이 단단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휘둘리다 보니 아이의 단단함이 미쳐 입력이 되지 못하고 엄마 감정의 오류만으로 아이를 판단한 거였다.


'아이는 이렇게 잘 자라 주고 있었구나. 오히려 자라야 하는 건 엄마구나.'


아이의 문제행동이나 염려스러운 기질에 대해 엄마는 구체적인 방안보다는 그 문제에 대해 짊어지게 되는 감정에 쉽게 휘둘리게 되고 그 감정에 오래 머물게 되는 걸 또 한번 깨닫는다.


엄마가 아이로 인해서 마주하게 되거나 겪어내야 하는 부정적인 감정이 엄마를 얼마나 불안하게 하는지 그 불안의 근간이 곧 엄마이고 엄마 감정의 문제라는 것을 말이다. 오히려 아이의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사라질 것들이 대부분인 것인데 감정에 빠진 엄마는 그것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아이는 아이의 속도에 맞춰 잘 자라고 있다. 그 속도에 맞춰 엄마의 감정도 자랄 수 있게 흘려버릴 것은 흐르도록 둬야 한다. 감정의 끈을 놓지 못하고 엄마 스스로 질질 끄는 감정에 대해서는 단박에 끊어 낼 줄도 알아야 한다. 엄마의 미련한 감정으로 아이의 성장을 방해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 앞서지도 뒤쳐지지도 말고 딱 내 아이 나이 속도만큼만 자라는 엄마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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