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시작전부터 요란하다

by 진주

돈을 벌어야겠다고 다짐하니 일이 잘 풀렸다. 통장에 잔고가 없어서 쩔쩔매던 시절이 얼마전인데 지금은 적어도 잔고가 없어서 돈 걱정하는 일은 없다. 그렇다고 때돈을 버는 것이 아니니 염려는 마시라.


돈이 모이니 몸이 고장이 난다. 가르치는 일이고 이동하며 레슨을 해야하는 에너지가 내 에너지를 앞서버린 것이다. 일 하나라도 들어오면 시작전에 따지고 재고 할까말까 이리저리 머리 굴리며 왠만하면 나에게 이로운 쪽으로 (한마디로 편한쪽으로) 선택하던 습관을 과감이 집어던진 것이다. 그러면 돈이 들어온다.


돈은 오고 싶어도 받고자하는 이가 준비가 되지 않으면 절대 주어지지 않는구나를 깨달았고 난 지금까지 그렇게 돈이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도록 내 무의식을 작용시켰구나 싶다. 물론 결정적으로 돈을 벌어야겠다고 다짐한 건 집안에 중딩이 두명이 되면서부터다.


뻔한 남편 월급으로는 더 이상의 지출이 감당이 되지 않으니 용돈벌이마냥 고상한 취미마냥 적당히 벌던 내가 용돈 그 이상의 돈을 벌고자 마음을 먹은 것이 작년 연말이고 그 덕에 연말부터 일이 풀려 지금까지 이르렀다. 수입적인 면에서는 두배정도 올랐다.


나이탓인가? 나이로 인한 체력탓인가? 그도 아니면 없던 돈 욕심을 내서인가? 내 몸은 돈벌기 시작하며 탈이 나기 시작했다. 무릎으로 시작해서 얼마전 열동반 몸살을 일주일간 앓고 몸살 끝나니 이석증이 날 찾아왔다. 이석증 아시나요? 절대 몰라도 되는 극한의 고통, 부디 여러분은 비켜 나가시길...


평상시 어지럼증은 있던터라 그려러니 하는데 이석증은 그려려니 할 것이 아니었다. 잠자다 머리 위치를 바꾸는 순간 갑자기 뱅뱅 도는 느낌에 눈을 뜨니 내가 보고 있는 세상이 한정없이 돌고 있었다. 어지럼증을 달고 사는 사람이라 이것이 이석증이라는 느낌이 딱 오면서 말로만 듣던걸 내가 경험하는구나 싶기도 전에 속이 울렁거린다.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비워낼 것도 없는 속에 것을 게워낸 후 식은땀으로 젖은 내 몸이 의식되며 일순간 서러워진다. 서러움도 잠시, 또 한번의 어지럼증이 날 사로잡았지만 다행히 처음 경험한 어지럼증에 비하면 좀 나은 강도였기에 어찌됐던 잠을 청해본다.


공포의 밤이 지나고 지난 밤을 떠올려보니 지옥이 따로없다. 5월 연휴때 여수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손에 땀을 쥐며 눈을 감은채 오고 간 기억이 떠오른다. 평소 없던 고소공포증이 생긴건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내 몸은 전과는 확연히 다르구나를 체감한 때다.


그 때 막내 허벅지를 붙들며 이런 나약한 엄마같으니라구 하는 약해빠진 자신이 한탄스러웠지만 한 밤에 경험한 이석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내가 도는건지, 세상이 도는 건지, 내 눈알이 도는건지 도저히 감 잡을 수 없이 혼자만 오롯이 느낀 그 공포감, 딱 공포 그 자체였다.


바로 병원에 가서 처치를 받은 후 2~3일 증상이 계속 될 수 있다는 어마한 말을 들으며 내심 조마조마하게 하루를 보내는데 채 이틀이 가기도 전에 증상이 올라왔다. 이것도 경험인가? 두번째는 오히려 수월하게 바로 대처를 해서 처음 맛본 지옥만큼의 공포감은 없었다.


주변 50대 언니들에게 투정을 하니 홍삼이며 비싼 비타민제까지 챙겨 주신다. 이제는 먹어야 하는 나이라고, 안 먹고는 버텨지는 나이가 아니라며 말이다. 이렇게 갱년기의 시작점을 찍는 것인가?


나이가 나를 앞서는 건지, 나이만큼 나를 따라잡지 못하는 건지, 몸으로 인해 겪게 되는 증상들은 자꾸만 우울하게만 만든다. 그리고 평생 가슴속에 품고 있는 질문이 또 떠오른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지?


생애주기마다 나를 사로잡는 이 질문은 이제 좀 사는게 뭔지 알겠다 싶은 40대 중후반에도 나에게 당도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거지?


유독 예민하고 감각이 날 서 있는 사람이다 보니 남이 못보는 걸 보고 남이 듣지 못하는 걸 듣는 편이라 피로감이 상당하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장점이자 강점이 되는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몸을 해칠 정도의 것이라면 난 어찌해야 하는걸까?


자극이 되는 모든 요소를 차단해야 하나? 우선은 체력 안배를 위해 일은 어찌됐던 해야하는 상황이니 일에 내 에너지를 맞추기로 작정은 한다. 일을 위한 에너지 외 다른 곳에 에너지를 아낄 것!


갱년기는 몸도 몸이지만 마음이 같이 아파지려 해서 마음 단도리까지 하려니 화가 난다. 어쩌겠는가, 그것 역시 인생이 주는 선물이라면 기꺼이 받아야지, 받아서 어떤건지 알아야지 그 다음 생애주기로 넘어갈테니 말이다.


운명이란 아직 온전히 파고들지 않은 사건이다


지금 이 시점에 읽다만 '자기 신뢰'라는 책이 읽어라 부르짓기에 조금씩 읽는 중이다. 내 운명은 아직 절반도 채 오지 않았고 절반도 되지 않게 경험한 내 인생에 대한 결론은 여전히 매일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는 중이다.


적어도 안전지대를 절대 벗어나지 않기 위해 웅크린 시절에 '세이 굿바이' 했으니 나에게 당도할 어떠한 것에 전처럼 불안으로만 새겨지진 않는다.


나에게 마주하는 모든 것들은 분명 운명이란 질문에 대한 답을 주기 위함이니 말이다. 그 운명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인생이라면 내 인생은 분명 잘 굴러가고 있다는 신호다. 몸의 외침과 마음의 작용이 이리도 선명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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