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땡큐베리 Nov 12. 2023

주말에 내 집은 위험하다.

당신의 집은 안전한가요?

얼마 만에 마주하는 평범한 주말이란 말인가?

아픈 사람도 없고, 행사도 없고, 독박육아도 아닌 오늘.

남편과 함께 작은 아이들이랑 가까운 곳에 다녀오려는 마음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씻고,

외출 준비를 했다.

가족들은 모두 주말이라고 늦잠을 자고 있었기에 뭐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에

잠시 노트북 앞에 앉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트북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노트북 모니터를 보고 있긴 하지만 자꾸만 곁눈질을 하게 된다.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아이들 책상 위 키보드, 헤드셋, 충전기 등...

모두 제자리에 놓고 싶은 충동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내가 보지 않으면 그만이지'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려도 제자리 충동은 다시 올라왔다.


사방으로 펼쳐져 있는 막내아들의 장난감 사이로 어제 먹은 사탕 껍질도 보인다.

크고 작은 블록들이 널브러져 있는 걸 보니 진정 막내아들을 위한 시간이었단 생각이 들었다.

평소엔 아이가 정리하라고 이야기를 하는 편이지만,

오늘은 달랐다.

외출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아이 장난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대충 급하게 정리하고 말았어야 했는데...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부서진 장난감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잠시 망설였지만 쓰레기봉투를 가져와 버릴 장난감과 제자리에 놓을 장난감을 정리했다.

장난감을 다 거둬내니 바구니 속에 보이는 먼지들.

바구니를 닦은 지가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 걸 보니 꽤 오랜 시간 그 속에 있었던 것 같았다.

9개의 장난감 바구니를 분류하고, 정리했다.

장난감 정리 미션을 끝내고 나니 또 하나 하고 싶은 게 생겼다.

거실 매트를 다 들어 올려 청소기를 밀고 닦아냈다.

매트 들어낸 김에 매트 자리도 옮겨보고 싶어서 이리저리 놓아보며 자리를 잡았다.

청소하고 나니 세탁기와 건조기에서 차례대로 울려대는 알림 소리가 들린다.

건조대에 있는 녀석들을 개키기 좋게 거실로 옮기고, 세탁기에 있는 건 다시 또 건조기로,

건조기에 있는 역시 거실로 보냈다.

거실에 쌓인 우리 가족 6명의 옷을 보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가볍게 확인하고 가자면, 아침저녁으로 사용하는 수건만 12장이 최소 세탁물이다.

수건 몇장인지 계산하고 나서는 굳이 세어보려 하지 않았다.

(세면 셀수록 더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 같아서...)

어쨌든 난 분명 눈에 보이는 것들 위주로 했는데...

하나만 더, 하나만 더! 하다 보니 오후 4시.

아이들은 출출한지 먹을 것을 찾기 시작했다.

 



늦잠 자고 싶었던 마음 꾹 누르고, 정말 일찍 일어나서 준비를 한 건데...

아무것도 못하고 집안일만 하다가 끝난 오늘 하루가 참 허무했다.

언제든 해야 할 일이었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보이는 것들을 찾아가며 하다 보니 하루를 다 보냈다.

간식 먹은 흔적들 치우고 나니 이제 저녁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



역시!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이란 말이 괜히 나온 말은 아니다.

이렇게 집안일 개미지옥에 빠져서 집밖으로 나갈 수 없었던 나는 깨달았다.

주말에 내 집은 위험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외로울 수 있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