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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큐베리 Nov 15. 2023

부추를 위해 산 닭

아이를 위한 식탁

아이가 고열과 싸우고 나서 컨디션이 급격히 좋지 않아 졌음이 느껴졌다.

소화력도 좋지 않고, 무엇보다 요즘 유행하는 여러 질병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럴 땐 자연에서 가장 가까운 것을 먹으면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는데,

오늘 그것을 아이에게 먹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건 바로 부추!

비타민 A, C를 함유하고 있으며, 활성산소 해독작용을 하고, 소화기관을 튼튼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슈퍼푸드라 칭하는 부추를 아이에게 먹이고 싶었다.     




부추로 이어진 생각은 오늘 저녁 메뉴를 닭백숙과 닭죽으로 만들어줬다.

퇴근길에 시장에 들러 큰 닭 두 마리를 17000원에 구입했다.

치킨 한 마리 값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닭을 두 마리나 살 수 있었다.

오늘 메인재료인 부추를 1000원에 사고, 당근까지 구입하니 오늘 저녁은 가성비 좋게 준비할 수 있었다.

‘이렇게 저렴하게 준비할 수 있다고?’ 오랜만에 찾은 시장에서 2만 원의 행복을 느꼈다.

먹어도 먹어도 음식이 줄지 않는 우리 집 요술냄비를 꺼내어 깨끗하게 씻은 닭을 얌전히 눕혔다.


닭이 삶아지는 동안 당근 조금과 부추를 잘게 썰었다.

아이가 부추닭죽을 먹고, 얼른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부추를 한 움큼 쥐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오늘 주인공은 부추다.

간단하게 닭백숙과 닭죽이었지만,

부추를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해 닭을 한번 삶아내고,

불순물을 제거하고 싶어 냄비를 옮겼다.

미리 해둔 진밥을 냄비에 넣어 닭 삶은 물과 함께 끓이기 시작했다.

저녁 한 끼를 위해 시작한 닭죽은 점점 양이 불어났다.

약간의 당근과 부추를 듬뿍 넣은 닭죽이 완성이다.



닭부추닭 코스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삶은 닭을 먹고, 부추닭죽을 한 그릇씩 뚝딱하는 것이

오늘의 저녁식사!     


아이에게 엄마의 마음이 전해진 걸까?

“이거 빼줘요” 할 줄 알았던 아이는 엄마의 정성이 담긴 부추닭죽을 맛있게 먹었다.

닭을 삶으며 냄비를 옮겨갔던 것이 약간의 수고로움이 더해지긴 했지만,

김치 하나 놓고 저녁 보양식을 먹을 수 있었다.

부추에 들어있는 모든 영양소들이

아이 몸속으로 잘 스며들기를.

놀아 달라고 붙잡고 있어도 좋으니

이젠 아프지 않기를.

밤새 뒤척이게 만든 고열과 작별인사 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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