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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큐베리 Dec 15. 2023

엄마, 괜찮은 거야?

아이의 말

공감이란 말을 떠올리자 오늘 아침 4살 아들과 등원 준비 하던  순간이 떠올랐다.

이른 아침에 곤히 잠든 아이를 깨우는 일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며, 기분 좋은 아침이 될 수 있도록 마음을 단단히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기상 미션은 이불을 돌돌 말아 감고 있는 아이를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이다.

이불 끝을 잡아 그 안으로 양손을 쓰윽 넣었다.

"차니 발가락이 어디 있나? 여깄 나? 어딨 지? 잡았다!"

이불속에서 아이 발을 찾아 이리저리 손을 움직인다.

"자자~이번엔 차니 얼굴 찾으러 가야지~ 차니 나와라 까꿍"

"히히히! 간지러워"

"아고, 예쁜 내 새끼! 엄마가 업어줄게 이리 와."

기분 좋게 일어난 아이가 사랑스러워 등이 아프다는 사실도 잊고, 아이를 등에 업었다.

'윽...' 오십견이 오기 전부터 몸에 신호가 오는 건지 나도 모르게 느껴지는 아픔에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마음의 소리가 아이에게도  들린 걸까?'

"엄마~ 등 아픈 거 아니야? 엄마 아프다고 했잖아"

"아니야. 괜찮아. 엄마 안 아파"

"그럼 나 엄마한테 계속 업혀있어도 되는 거야? 이제 안 아파?"

"응~엄마가 씻고 나서 다시 업어줄게"

"야~ 신난다"

업어준다는 말이 그렇게 신이 나는 말인지... 아이는 하얀 치아를 보여주며 환하게 웃었다.

어린이집에 갈 준비를 마치고 아이와 함께 현관문을 나서는데 아이가 갑자기 멈춰 서며 두 팔을 벌린다.

"엄마. 엄마 괜찮은 거지? 이제 안 아픈 거 맞지?

 나 업어도 되는 거지?"

나에게 괜찮냐고 묻는 아이의 말이 나를 이해해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론 아이가 등에 업히고 싶은 마음에 재차 물어봤던 말일테지만,

내가 아픈지, 안 아픈지... 괜찮은 건지...

묻는 아이의 말에서 나를 공감해 주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공감! 공감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란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공감도 능력이야. 능력 없음 공감 못해.

그냥 그러려니 해야지"

아이를 보면서 이젠 생각이 달라졌다.


그냥 상대방이 했던 이야기를 기억해 주는 것만으로도 공감받고 있단 느낌을 줄 수 있단 걸 알았다.

그렇다면 공감은 경청으로부터 시작되는 건가?

누군가는 당연한 거 아니냐고 따져 물었을 과정이지만,

내가 직접 경험하고 느끼고 나니 경청이 더 위대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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