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 아들과 내 노후에 대해 이야기했다.
"엄마~외로울 수 있으니까 돈은 좀 있어야 해"
"네가 자주 와서 외롭지 않게 해 주면 되잖아"
"노력은 하겠지만, 가능할 것 같진 않아.
우리도 할머니댁 자주 못 가잖아"
이 녀석은 내 말문을 막는 강력한 접착제를 뿌려댔다.
사실 한동안 아이들과 함께 시댁에 못 갔다.
주말에 학원 가는 아이들 핑계로 한 달에 한번 가던 시댁행도 점점 줄어든 것 같다.
"외로울 수 있어요"
먼 미래의 나를 생각하며 아이가 던진 말은
우리 부모님을 떠올리게 했다.
나 살기 바빠서 부모님이 외로울 수도 있겠단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엄마~형이랑 나 시험 끝나면, 할머니댁 가자. 우리 보고 싶으실 거야. 할머니댁 안 간 지 오래된 것 같아. 밥 먹은 지도 오래됐지?"
내가 놓친 부분에 대해 아들은 사심 없이 말했다.
단지 나는 혼자서 찔리는 바람에 아무 말이나 했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랑도 안 먹었거든?"
나이 사십 먹은 엄마가 말한 것치곤 한 없이 부끄러웠다.
부끄러움이 사라질까 아들은 또 한마디 덧붙인다.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는 주일에 잠깐이라도 얼굴 보는데.. 할머니랑 할아버진 전혀 못 보는 거잖아."
'그냥 말을 하지 말것을...뭘 또 이겨보겠다고 말했을까?'
후회스러웠다.
더 부끄러워지기 전에 서둘러 말했다.
"우리 찬이가 할머니댁 가자고 이야기도 하고, 진짜 다 컸네? 할머니 할아버지가 좋아하시겠다.
시험 끝나고 가겠다고 엄마가 말씀드릴게"
자기밖에 모르는 철없는 둘째라 생각했는데...
나보다 낫단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