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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 Dec 05. 2022

참 다행이다


등교 전.

토닥토닥 아침을 준비해둔다. 남편과  아이들이 마주 앉아 도란도란.. 아니 각자 우걱우걱 밥을 먹고 알람 소리에 맞춰 양치를 한다

양치 알람은 아이들과의 실랑이 끝에 내가 생각해 낸 깨알 묘책이다.


어느 집이나 등교 전 아침의 모습은 전쟁 같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소리 지르지 않는 날은 내가 아픈 날이었거나 아이가 어떠한 이유로 스스로 등교 준비를 끝낸 날일 것이다.


사실 8살 둘째는 양치 알람에 맞춰서 양치를 하고 외투와 마스크까지 착용한 채 오빠를 째려보며 기다린다. 그 와중에 첫째는 내복도 벗지 않은 채 티브이를 보며 뭐가 그리 좋은지 깔깔 대며 웃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매번 마음이 급해져 다그치기 마련이다


어찌어찌해서 아이들이 현관문을 나서고 나면 안도의 한숨과 함께 허물 벗듯 벗어둔 내복을 주섬주섬 줍는다. 아니 더듬더듬 찾아가며 줍는다.



둘의 학교 가는 길 모습이 궁금했다.


"엄마~ 있잖아.. 오빠는 맨날 땅바닥에서 뭘 주워가지고 그걸 또 만져보고 그런다고 자꾸  늦게 따라와.. 그리고 어쩌다 보면 누워있 막 그래."


그랬다.

첫째는 걸음마를 할 때부터 호기심이 왕성했다. 게다가 다리힘이 없어서 호기심을 따라가질 못하고 넘어지기 일쑤였다. 아직도 여전히 등굣길에 넘어지는 듯하다.


"아니 근데 엄마.., 얌얌이(둘째)는 차를 보지도 않고 막 걸어가잖아.. 내가 얼른 가방을 잡아당겨서 못 가게 막아어."


가슴을 쓸어내렸다.




내가 데려다주고 싶지만.. 돌아오는 길 더 위험할 것 같아 하루에 외출하는 횟수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있다


둘쨰가 혼자 오는 날에만 내가 데리러 간다. 그것도 학교 앞 큰 사거리에 있는 신호등 앞까지 만이다.






신호등의 불빛이 보이지 않은 지 몇 년이 되었다. 거리도 거리지만 신호등의 불빛을 찾으려면 한참이 걸리고 그러다 보면 신호를 놓치기도 했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이 많아진다. 내가 할 수 없는 일만큼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이 생기길 바랄 뿐이다.



아이가 둘이라서 참 다행이다.


엄마 앞에서는 티격태격 싸우고 난리가 나지만, 내가 없는 곳에서는 서로서로를 챙기며 걱정해 주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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