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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 Dec 07. 2022

너 하나, 물티슈 하나

엄마의 소소하지 않은 실수담

몇 년 전의 일이다. 네이버 카페에서 아이들 장난감을 중고로 팔거나 물티슈 정도와 교환하는 것에 재미를 붙인 적이 있었다. 그날도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집안 정리를 하다가 더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원목 교구들을 치워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따로 분리를 하기 시작했다. 가끔 만사 귀찮은 날에는 멀쩡한 장난감도 가지고 놀지 않는다 싶으면 그냥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때도 많았지만 그날만큼은 의욕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원목교구들을 모아서 요리조리 예쁘게 배치를 해보며 사뭇 진지하고 신중하게 사진을 찍었다. 한 장의 사진에 담긴 교구의 양은 꽤나 많았다. 물론 무료 나눔으로 드릴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괜스레 욕심이 생겨 물티슈 하나라도 받겠노라 마음을 먹고 지역카페에 글을 올렸다. 제목은 "물티슈 하나와 교환 원해요. ^^"였다.



그런데, 그리 대단한 물건도 아닌 것 같았는데 갑자기 댓글이 주르륵 달리기 시작했다. '이게 이렇게 좋은 물건이었나?' 갑자기 아까운 마음도 들어 살짝 후회도 되었다. 댓글을 보고 있으니 그런 마음은 더 선명해져 갔다.


"저요. 저요!"


"저요!!


"줄 서요~!!"


"물티슈 하나면 되나요? ㅋㅋ"


"저도요!"


"물티슈 하나랑요? 에이 설마."


등등..



후회가 몰려왔다. '아.. 물티슈 두 개라고 적을 걸 그랬나? 지금이라도 글을 지워버릴까? 아니면 수정이라도 할까?'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게 뭐라고 내가 우쭐 해지기까지 하는 건지 웃음도 나왔다. '이런 게 바로 가진 자의 여유이겠지? 하하.' 그러다 무심코, 내가 쓴 글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예쁘게 진열되어 있어야 할 원목교구가 없었다.



그 자리에는.. 해맑게 웃고 있는 한 아이가 있었다.



그랬다. 그 사진은 첫째의 사진이었다. 심지어 앞니가 하나 빠진 채로 세상에서 가장 해맑은 표정으로 웃고 있는 게 아닌가. 내 얼굴은 금세 거워져왔고 손은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마음이 급해지니 '삭제'버튼이 보이지도 않았다. '침착해야 해. 이럴수록 정신을 차려야지. 아. 왜 안 보이지. 으앙.' 호들갑을 떨 기분이 아니었다. 빨리 버튼을 찾아야 했다. 어찌어찌해서 겨우 찾아낸 '삭제'버튼을 누르고서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 뒤, 그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원목교구들은 분리수거날을 맞아 우리 집을 영원히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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