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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 Dec 12. 2022

엄마 눈이 잘 보였으면 좋겠어

그래도 엄마가 좋아

둘째 얌얌이는 그림 그리기를 무척 좋아한다. 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도화지를 가지고 나와서 공주도 그려보고, 미니어처 같은 것도 그려보고 색칠하고 예쁘게 오려서 나중에는... 버린다. 아무래도 가지고 노는 것보다는 그려보고 오려보는 게 재미있나 보다.


그날도 도화지를 들고 나와서 거실에 엎드린 채 무언가를 그리다가 문득


"엄마~ 엄마도 눈이 잘 보였으면 좋겠다."


"그래 엄마도 그러면 좋겠어. 얌얌이가 속상했구나"


"응. 엄마가 잘 보여서 이걸 봐주면 좋은데.."


어두운 밤길을 걷거나 흐릿해지고 눈이 부신 낮에 길을 걸을 때도 나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니 그런 마음이 올라오려고 하면 나 스스로가 생각하지 못하게 막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지금 가는 길을 잘 봐야 했고 차가 오는지, 사람과 부딪치지는 않을지, 턱에 걸리지는 않을지 정도으로도 충분히 복잡한 마음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내가 눈이 좀 좋았더라면..'


그 생각도 잠시였다. 슬픔으로 스며들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나는 이렇게 해맑고 순수한 아이들의 엄마가 아닌가..


아이가 웃어야 나도 행복하고 내가 웃어야 아이도 행복할 것만 같았다.


"얌얌아. 엄마가 잘 못 보긴 하는데 그림 같은 거는 얌얌이가 설명해주면 엄마 머릿속으로 떠올려 볼 수 있어~ 그리고 조금.. 아니 아주 굵은 사인펜으로 그려주면 그래도 그건 좀 보여~"


얌얌이는 이제 겨우 8살이다. 나는 얌얌이가 4살 즈음부터 그 작은 아이에게 기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거나 외출을 할 때면 얌얌이가 내 손을 잡아주고 챙겨주었다. 특히나 내가 외출 시에 제일 힘들었던 화장실을 얌얌이가 있어서 걱정 없이 찾아갈 수 있다. 다만 얌얌이가 화장실을 30분마다 가는 버릇이 생겨서 요즘은 거의 화장실 간 기억밖에 나질 않는다.


얌얌이가 더 어릴 때는 첫째 콩닥이가 나를 많이 챙겨주었지만 지금은 조금 커서 그런지 장난기가 가득하다.

비 오는 날에는 물 웅덩이를 밟지 않게 해 주겠다면서 일부러 물웅덩이로 나를 밀기도 하고 호기심이 많아서 잘못 따라갔다가는 턱에 걸려 넘어질 뻔하기도 한다. 그래서 더 이상 콩닥이 손을 잡고 가는 게 편하지만은 않다.^^;


자려고 누웠는데 얌얌이가 나를 안으며 말한다.


"엄마 그래도 나는 엄마가아~ 엄마 냄새가 좋고 엄마찌지가 좋고~ 하하~ 엄마가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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