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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 Dec 18. 2022

"엄마 이제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사실인 것 같지만 사실이 아닌 것들


아이들이 가끔씩 무턱대고 무엇이든 사달라고 졸라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버릇처럼 이런 말이 나온다.


"야. 땅을 파봐라 십원 하나 나오는 줄 아니?"


그날도 무엇 때문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이 말을 내뱉었고, 아이들도 그냥 그렇게 넘어가는 듯했다.


그러고는 며칠 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알람 소리에 맞춰서 등교 준비를 끝내고 현관 앞에서 잘 다녀오란 인사를 하고 문을 닫았.

2분이 지났을까..?

갑자기 누군가 문을 쾅쾅 두드다.


'아침 일 우리 집에 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지?'


순간,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싶어서 얼른 현관문을 열어젖혔다.


역시나 문 앞에는 아이들이 헉헉 거리며 서 있었고 다행히 다친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왜왜? 무슨 일이야?"


"엄마... 헥헥.. 이거 봐 봐"


"응?"


두 아이는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첫째 아이의 손에는 100원이.. 둘째 아이의 손에는 200원이 반짝거리고 있었.


"이게 웬 돈이야??"


아이들은 또다시 헉헉 거리며 말했다.


"엄마 있잖아~ 헉헉.. 집 앞에 나갔는데 나무 있는 곳 알지? 그 흙에 들어갔다가 발로 슥슥 하니까 돈이 있었어~!"


"거봐 엄마~ 땅 파면 돈 나오지?! 이제 그런 말 하면 안 된다니깐~ 헥헥.."


"하하하~"


그랬다

땅을 파면 돈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어릴 때부터 내가 듣던 말이라 익숙해서인지 세뇌가 된 것인지.. 나도 모르게, 아니 모르면서 하는 말이 많다.


생각해 보면..

엄마의 말을 잘 들어도 자다가 떡이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고,

밤에 피리를 불면 뱀이 나온다더니, 피리 대신 리코더를 불어서일까? 아무리 불어대도 뱀은커녕 엄마의 잔소리만 계속 나왔다.

돼지꿈을 꾸어도 복권에 한 번도 당첨된 적이 없다.


심지어 은 어떤가..

발이 크면 키가 크다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 남편은 발만 크다.

집에 손님이라도 오면 남편 신발만 보고 키가 190cm는 되는 줄 안다

나는 발도 작고 키도 작다.

아이들은 발이 크다.

이건 뭐..

아이들이 다 커봐야 확실히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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