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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 Nov 25. 2022

그때 그 호빵


어릴 때 엄마랑 동네 목욕탕에 갔다가 나오면 바로 앞에 작은 슈퍼가 있었다. 슈퍼 입구에는 겨울이 되면 동그랗고 기다란 투명한 호빵 기계가 있었고 그 안에는 호빵이 먹음직스럽게 올려져 있었다. 어린 마음에 그 호빵 기계도 신기하고 아주머니가 꺼내 주시며 작은 종이봉투에 싸주시는 모습재미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빵을 받아 들고 호호~ 불어 먹던 그 호빵이 생각이 난다.


목욕을 마치고 나와서 엄마에게 호빵을 사달라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내 눈빛만 보고도 엄마는 내가 먹고 싶어 한다는 걸 아셨나 보다. 호빵을 사줄 만큼 여유가 있지 않았지만 엄마는 냉큼 호빵 하나를 사서 나에게 쥐어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어머님은 짜장면을 싫다고 하셨다가 절로 떠오른다. 엄마는 호빵을 드시지 않았고 나는 엄마에게 한번 맛보란 소리도 하지 않았다. 목욕을 마치고 나오면 분명 엄마도 배가 고프셨을 테다. 이제야 그 마음을 이해하는 나도 엄마가 되었다.


아이들과 가끔 슈퍼에서 호빵을 살 때가 있다. 요즘엔 피자호빵이며 고구마 호빵 등 가지각색의 호빵이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그때의 그 맛은 나지 않는다. 내가 그리운 것은 호빵의 맛이 아니라 엄마와 함께 했던 그 어린 시절이 아니었을까


요즘같이 스마트기기와 빠르게 발전하는 세상에 나는 아직도 예전의 내가 있던 그곳, 내가 했던 일들, 내가 걷던 그 길을 그리워한다.


이 또한 내가 그 순간을 그리워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나는 비장애인이었을 때 나 혼자 어디든 잘 다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살던 그때가 그립고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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