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생활기] #6 - 우에노(上野)

by John

우에노(上野)


언제나 인산인해인 우에노다.

역 앞 광장부터 아메요코 시장 골목까지 어디를 가든 말소리와 다양한 소음, 그리고 셔터음이 쉼 없이 이어진다.
인파(人波)라는 단어가 제법 잘 어울리는 곳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많은 유동 인구에 비해 거리나 골목이 좁아 사람들이 서로 부딪히며 흘러가는 모습이 마치 거대한 물결이나 파도가 일렁이는 것처럼 보인다.


우에노에는 아메요코시장, 우에노공원, 도쿄도미술관, 도쿄국립박물관 등이 이곳에 있어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한다.


아메요코(アメ横)시장


아메요코 시장에 처음 방문했던 건 지금으로부터 18년 전, 그러니까 군대 입대를 앞둔 2007년이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정보가 아직은 많지 않았던 시기, 당시 서점에서 도쿄 여행 가이드북을 한 권 구매했는데 방문해야 하는 필수 코스에 이곳이 있어서 방문했었고 소매치기가 많으니 가방을 앞으로 메야한다는 등의 주의 사항이 적혀 있던 기억도 난다. 참고로 사진에 보이는 저 타코야키집은 그 무렵부터 내가 애용하는 미나토야(Minatoya)다.


저가항공(LCC)이라는 개념도 없고 스카이스캐너도 없을 때라 일본에 갈 때는 번거롭게 여행사를 통해서 비행기 티켓을 발권받아야 하는 그런 시기였다.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친구와 처음으로 도쿄라는 도시에 그리고 우에노와 아메요코 시장에 도착했을 때의 그 충격적인 감정은 어떻게 다 표현을 할 수가 없는 무엇이었다.


"시장인데 이렇게 깨끗하다고?,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질서 정연하다고?"


지금은 세계 그 어느 국가보다 국민성이 높고 선진국가로서의 모범이 되고 있는 한국이지만 2007년 무렵의 서울에 대한 기억이 선명한 사람이라면 내가 왜 일본의 시장을 방문하고 충격을 받았는지 아마 십분 이해할 것이다.

우에노공원(上野公園)


그렇게 사람들을 지나쳐 우에노공원의 시작점에 닿으면, 마치 다른 시간에 속한 듯 고요해진다.

흔들리는 나무들이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 무언가 설명하기 어려운 안정감을 준다. 바람은 말을 하지 않고 그저 나뭇잎을 흔들며 짧은 숨을 쉰다. 나는 이 장면을 20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찾아왔었는데 아직도 여전히 그대로다.


도시의 소음은 여전히 등 뒤의 먼 곳에서 작게 떠밀려오지만 이상하게도 그 소리마저 이곳에서는 배경음처럼 익숙하고 편안해진다. 무심한 얼굴로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노인, 햇살을 따라 이따금 고개를 돌리는 고양이 한 마리, 모든 것이 너무도 정적이고 조용해서, 시간마저 이곳에선 잠시 머물다 가는 것 같다.


이 정적 속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가장 선명하게 스스로와 마주한다.

말을 하지 않아도, 움직이지 않아도 괜찮은 곳, 누군가에게 잊힌 것 같은 이 공원 한쪽에서 나는 잠시, ‘살아간다’는 감각을 다시 배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도쿄 한복판에서 만나는 이 고요함은 어쩌면 도심보다 더 큰 풍경이다.


고요하지만 아름다운 우에노 공원의 오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도쿄 생활기] #5 - 수트가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