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생활기] #7 - 닛포리(日暮里)의 골목

by John

닛포리(日暮里)의 기억


우에노의 이야기에서 이어지는 내용이다.

2007년, 처음으로 도쿄를 방문했을 때는 구글맵이 없었다. (스마트폰도 없으니 인터넷이나 로밍도 당연히 없었다.)

방문하고자 하는 지역의 지도를 다양한 각도로 잔뜩 인쇄하고 파일에 조심스럽게 챙겨 와 길을 잃지 않도록 형광펜으로 표시해 둔 뒤 수시로 확인하며 다녀야 하는 시기였다. 아무리 그래도 도시 여행에 나침반까지 챙겨서 여행을 갈 수는 없으니 골목을 잘못 들어가거나 방향을 잘못 틀면 미궁으로 빠지게 되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길을 잃었다.


원래는 우에노 공원을 둘러보고 우에노역으로 돌아가는 일정이었지만, 친구와 정처 없이 걷다 보니 이제 이곳이 더 이상 어딘지 알 수가 없는 시점이 왔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묻고 물어서 도착한 게 닛포리였다.


다행히 고등학교 제2외국어와 대학교 일본어 교양수업 덕분에,

"이찌방 치까이 에끼와 도꼬데스까? (가장 가까운 역이 어디인가요?)"라는 한마디는 할 수 있었는데 큰 힘이 됐다.

일단 닛포리가 어디쯤 인지도 알 수는 없었지만 JR이라고 적혀 있는 역의 간판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안도했던 기억이 난다. 아, 참고로 닛포리는 현재 도쿄의 대표 한인타운인 신오쿠보가 성행하기 이전 최대 한인타운이었다고 한다.


니시닛포리(西日暮里)


어느 순간부터 한국에서도 번화가가 아닌 인적 드문 주택가 1층에 뜬금없이 감각적인 가게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잘 생각해 보면 이 문화가 서울에 정착한 건 사실 20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문화인 걸 인지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건축양식과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한국의 획일화된 건축양식과 상업시설들의 편리하지만 특징 없는 모습들에 비판적이었는데, 늦은 20대 중반의 나이로 일본에 유학을 가게 되면서 그 갈증을 다소 해소할 수 있었다. 유럽 여행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러한 감도 높은 양식들과 영업 형태를 이미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적용하고 있는 일본의 수준에 경외감 마저 들었던 기억이 난다.


상점가는 그 구역의 분위기와 모습 자체만으로도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을 지닌다.

그렇다 할 유명한 관광지가 없다 해도 말이다. 그리고 지금의 닛포리와 니시닛포리가 정확하게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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