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황혼, 그리고 5월.
일본에서는 황혼의 무렵에만 볼 수 있는 도시의 모습들이 있다.
구름을 머금고 노을 지는 높은 하늘, 부담스럽지 않게 거리를 밝히는 가로등과 간판들, 오렌지 빛으로 실내를 비추는 간접 조명들, 늘 분주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이곳도 땅거미 지는 황혼의 무렵만큼은 모든 속도가 조금 느려진다.
어딘가로 서두르던 발걸음도, 쉼 없이 휴대폰 화면을 보던 시선들도 이 무렵에는 다들 잠시 멈춰 서서 하늘을 한 번쯤 올려다본다.
며칠 전 비가 내려 도시의 기온이 다소 내려갔지만 겨울의 차가운 잔상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고, 여름의 습하고 숨 막히는 열기는 아직은 멀리 있다. 5월의 도쿄는 계절과 계절 사이의 틈에 잠시 머무는 듯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다.
이 시기의 도쿄는 춥지도 덥지도 않아서 바람은 가볍게 살결을 스치고, 해는 따사롭되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이 계절의 도쿄를 걷다 보면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에도 조금은 여유가 깃들어 있다.
5월의 도쿄는 잠시 솔직해지고, 모든 것을 용서해 주는 듯한 도시가 된다.
속도를 조금 늦추어도 괜찮고 몸은 혼자여도 마음은 외롭지 않은 그런 나날, 나의 마음을 천천히 다시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