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엔지(高円寺)의 거리
친구의 추천으로 인생 처음 코엔지에 오게 됐다.
코엔지를 둘러보니 서브컬처의 대부분이 집약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예술가, 음악가, 디자이너들이 모일 명분이 충분한 곳으로, 특히 빈티지 패션과 중고 레코드숍, 독립 서점, 소규모 갤러리 등이 즐비해 있었다. 도쿄 중심 번화가인 신주쿠나 시부야에 비교하자면 훨씬 더 아날로그적이며 동시에 자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기억하는 이가 많을지 모르겠지만, 2000년대 초반 홍대, 상수, 합정이 연상되는 거리 풍경과 비슷했다. 건물들은 낮지만 상점 하나하나가 매우 감각적이고, 이 거리를 향유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젊은 층과 예술가뿐만 아니라 골목 곳곳에 거주 주민으로 보이는 연배의 사람들도 많아 보였고, 활력이 넘치는 상점가 이면에는 안정감이 함께 공존하는 주거지역으로서의 기능도 하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상반되는 두 가지의 요소가 함께 조화롭게 섞여 '코엔지'라는 하나의 무드를 자아내고 있었다.
빈티지샵(古着屋)
빈티지샵의 일본어 표기는 후루기야(古着屋)이다.
어릴 때부터 옷을 참 좋아했고 빈티지 의류도 제법 선호했었지만 예민한 피부로 인해 30대가 되어서부터는 빈티지 옷을 거의 찾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빈티지 의류와 그 시장에는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빈티지 의류는 대량 생산되는 최신 패션과는 달리,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날 확률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지닌다. 남들과는 다른 옷을 입고 싶고 자신만의 개성을 명확하게 표현하기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빈티지 의류는 아주 제격이다. 의류에 사용되는 다양한 신소재와 저렴한 합성섬유가 넘쳐나는 지금의 패션시장에 비해 과거에는 천연 소재(면, 울, 리넨 등)와 튼튼한 봉제가 더 흔했던 것이 사실이며, 빈티지 의류들이 오래 입어도 멋스러운 이유가 바로 이 퀄리티에 있다. 새 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원과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지만, 빈티지 의류는 이미 생산된 옷을 재사용하기 때문에 환경 부담이 비교적 적다고 할 수 있으며, 환경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의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보다 윤리적 소비를 한다는 느낌도 빈티지 의류 쇼핑의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더불어 빈티지 의류와 패션은 역사와 문화의 조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빈티지 의류는 단순한 의(依)가 아니라, 그 시대의 디자인 감각과 문화가 반영된 ‘작은 역사’이기도 하다. 60년대의 모드, 70년대의 히피, 90년대 그런지 스타일의 옷들을 현재의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직접 체험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재밌는 일인가 생각해 본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긴 바랜 색, 자연스러운 워싱, 낡은 듯한 질감, 새 옷에는 없는 독특한 재미의 요소들이 옷이라는 역사적 산물에 그대로 녹아있다.
코엔지에 방문한다면 빈티지샵에서 마음에 쏙 드는 옷 한 점을 발견하며 재밌는 보물 찾기를 해보길 추천한다.